|
정호승(1950~ ), '여수역'
봄날에 기차를 타고
종착역 여수역에 내리면
기차가 동백꽃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가을에 기차를 타고
종착역 여수역에 내리면
기차는 오동도 바다 위를 계속 달린다
다시 봄날에 기차를 타고
여수역에 내리면
동백꽃이 기차가 되어버린다
기차가 그럴 수 있을까. 그런 봄날을 가진 이는 누구일까.
어떤 날일까. 여수에 가면 우리도 바다 위로 달릴 수 있을까.
순간 기차는 꽃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반대편에서 우리가 느리고 쓸쓸하게 걷고 있는 동안
나무는 지루한 모든 것을 온몸으로 흡수하여 찬란한 꽃잎으로 바꾼다.
한순간에 핀다. 그런 순간을 포착하는 자만이 봄의, 사랑의,
환희의 탄성을 지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대의 얼굴엔 목련이 핀다.
박상순<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495 | 2023.12.30 |
393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風文 | 281 | 2024.11.08 |
3929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風文 | 227 | 2024.11.08 |
3928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風文 | 721 | 2024.11.08 |
3927 | 양지쪽 - 윤동주 | 風文 | 246 | 2024.11.08 |
3926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風文 | 258 | 2024.11.06 |
3925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風文 | 321 | 2024.11.06 |
3924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風文 | 243 | 2024.11.06 |
3923 | 산상 - 윤동주 | 風文 | 226 | 2024.11.06 |
3922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風文 | 134 | 2024.11.04 |
3921 | 사랑 - 이해인 | 風文 | 218 | 2024.11.04 |
3920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風文 | 171 | 2024.11.04 |
3919 | 닭 - 윤동주 | 風文 | 179 | 2024.11.04 |
3918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風文 | 696 | 2024.11.01 |
3917 | 비 갠 아침 - 이해인 | 風文 | 642 | 2024.11.01 |
3916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風文 | 156 | 2024.11.01 |
3915 | 가슴 2 - 윤동주 | 風文 | 178 | 2024.11.01 |
3914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風文 | 710 | 2024.10.28 |
3913 | 비밀 - 이해인 | 風文 | 220 | 2024.10.28 |
3912 | 凍夜(동야) - 김수영 | 風文 | 245 | 2024.10.28 |
3911 | 가슴 1 - 윤동주 | 風文 | 177 | 2024.10.28 |
391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風文 | 210 | 2024.10.25 |
3909 | 부르심 - 이해인 | 風文 | 204 | 2024.10.25 |
3908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 | 風文 | 200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