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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건(1928~88), '새를 기다리며'
화가
이중섭의 그림책에서
제주도의 먼 바다나
통영의 비탈진 낮은 마을
그런 것이 보이는 그림 한 장 떼어서
작은 액자에 넣어 걸어놓고
낡은 테이프
잡음이 좀 나기는 하지만
바하 관현악 모음곡 제2번 B단조
플루트가 나오는 그것
장난감 같은 카세트에
볼륨을 너무 크지 않게 돌려놓고
그리고 꽃이랑 별이 많이 나오는
만화책 한 권 뒤적이면서 기다리기로 한다
날아온 새 한 마리 파란 새 그 한 마리
내 머리나 손바닥에서
쫑긋
쫑긋거릴 때까지
세속의 소품으로 만든 간결한 언어.
아이처럼 순수한 세계. 그러나 그가 틀어 놓은 바흐의 음악에는
성년(盛年)의 기다림이 숨어 있다.
한때의 폭풍 속에서는 유약할지라도 마침내 바다를 건너 우리들
가슴으로 날아오는 새 한 마리.
박상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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