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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점 앞에 서다 - 홍신선
벌써 재개발관리처분 지구로 허가 떨어졌는지
몸 하초(下焦)에는
샷시 문틀 뜯어내고 헌 의자, 고물 냉장고, TV……
샅샅이 끌어내간 철거대상 빈집들만 남았다. 그것도
휑한 거웃들 속에 숨었다.
어쩌다 성인용품점 앞에서
모형생식기에 수십번 등짝 전심전력 밀어 넣어도
젤 바르고 굴신굴신 쑤셔 넣어도
결국 메꾸어 지지 않는 것, 꼴리지 않는 것,
‘숏 버스’ 화면 속 사내의 탱탱한 굴삭기가
흐벅진 자궁내부 단매에 후려쳐도
화장실 밑바닥 질구들 질척이며 개문(開門)해도
어디로 잠적하고 말았는가
어디에서도 내 핏줄 속 떼로 달리던 짐승들 벌떡벌떡 일어서지 않는다.
하반신으로 처져 내리는 젊음을
대전차 방어벽처럼 떠받치던 힘,
그렇게 지지나간 시간동안 육신을 먹여 살려온 황음이
단지 성인용품점 진열대 속의
차고 물렁물렁한 인조 실리콘 음경들로 리모델링 되는가.
배꼽 밑 집기와 욕망 모두 끌어내놓고 보면
삶은
재개발관리처분 지구의 텅빈 가옥,
철거 끝난 황무한 공한지일 뿐
시간의 한낱 맛있는 먹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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