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명(1965~), '일요일'
일요일에는
강물이 얕아진다. 나는 뾰족한 발가락으로 강바닥과 이야기를 나눈다. 물풀 위에 앉아 모래로 이루어진 절벽이 춤추는 것을 바라본다. 바위들은 입을 벌리고, 자동차들이 뛰어다닌다. 내가 데리고 나간 원숭이가 모래 춤을 춘다.
일요일에는
빛이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빛은 나를 통과하고 나와 함께 서 있는 내 강의 바닥을 통과한다. 끝없이 퍼져나가는 풀밭, 풀밭, 풀밭을 가로질러, 풀밭을 가로질러, 풀밭을 가로질러, 가다가, 사람들이 나무를 세우고 있다. 풀밭을 들고 있는 푸른 기중기들을 수직으로 세우고 있다.
화요일에는 강물이 돌아온다. 다시 흘러갈 강물. 수요일에는 내가 돌아온다. 달력의 한 가운데로 일상이 돌아온다. 목요일에는 세상이라는 강물이 나를 잊는다. 금요일에는 내가 그 강물을 잃어버린다. 토요일에는 내가 강물인지, 강물이 나인지. 숨죽여 누워있을 일요일의 나를 향하여 자동차들만 뛰어다닌다. 건너뛴 월요일은 영영 빼버리기로 합시다.
박상순<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565 | 2023.12.30 |
393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風文 | 281 | 2024.11.08 |
3929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風文 | 230 | 2024.11.08 |
3928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風文 | 721 | 2024.11.08 |
3927 | 양지쪽 - 윤동주 | 風文 | 251 | 2024.11.08 |
3926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風文 | 258 | 2024.11.06 |
3925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風文 | 321 | 2024.11.06 |
3924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風文 | 243 | 2024.11.06 |
3923 | 산상 - 윤동주 | 風文 | 226 | 2024.11.06 |
3922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風文 | 145 | 2024.11.04 |
3921 | 사랑 - 이해인 | 風文 | 234 | 2024.11.04 |
3920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風文 | 184 | 2024.11.04 |
3919 | 닭 - 윤동주 | 風文 | 179 | 2024.11.04 |
3918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風文 | 696 | 2024.11.01 |
3917 | 비 갠 아침 - 이해인 | 風文 | 643 | 2024.11.01 |
3916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風文 | 169 | 2024.11.01 |
3915 | 가슴 2 - 윤동주 | 風文 | 191 | 2024.11.01 |
3914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風文 | 715 | 2024.10.28 |
3913 | 비밀 - 이해인 | 風文 | 229 | 2024.10.28 |
3912 | 凍夜(동야) - 김수영 | 風文 | 245 | 2024.10.28 |
3911 | 가슴 1 - 윤동주 | 風文 | 181 | 2024.10.28 |
391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風文 | 217 | 2024.10.25 |
3909 | 부르심 - 이해인 | 風文 | 207 | 2024.10.25 |
3908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 | 風文 | 208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