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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1967~ ), '초승달' 전문
한 사흘
열기운에 쌔근대는 아이 곁에서
눈뜨지 못하고
뜨거워지기만 하는 그믐 지새웠다
내 눈 속에도 조그마한 샘 솟아나
가만히
세상을 비쳐보는
萬物의 깊은 눈
트인다
열병에 시달리며 누운 아이 곁에 있을 때 어머니의 마음은
'눈뜨지 못하고 뜨거워지기만 하는 그믐'이다.
그 그믐을 열게 하는 것은 어린 몸의 고통을 함께 앓아 본 자의 눈물.
눈물이 연 눈은 초승달 모양.
'초승달'은 어머니의 눈 모양에서 온 비유로 보이지만
고통을 통해 정화된 눈의 은유로도 읽힌다. 그래서
그믐을 거쳐 온 초승달에는 세상을 비추는 '만물의 깊은 눈'이 있다.
김기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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