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0,994 추천 수 6 댓글 0
장대송(1962~ ),'눈화장을 하는 여자'
1호선 전철에서 젊은 여자가 눈화장을 한다
아이브라우, 지난밤 어떤 몸부림이었기에 흔들리는 차안에서도 손길이 저리 매끄러울까
얼마나 깊은 밤을 만났기에 아이섀도를 할 때 깊은 우물을 파는 것일까
아이라인을 하던 손길이 내 그림자를 부른다
그림자가 몸을 떠나려는 지 몸이 간지럽다
전동차가 마스카라를 끝낸 여인의 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 정차역은 청량리, 청량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여자의 눈화장은 밤처럼 검고 깊은 눈에 더 검고 더 깊은 우물을 파는 것. 시인은 그 눈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그림자도 자신을 떠나 여인의 눈 속으로 갈 것 같다고 능청을 떤다. 화장이 진행될수록 여인의 눈의 이미지는 밤에서 우물로, 우물에서 지하철 터널로 바뀌면서 어둠과 깊이를 더해 이윽고 전동차까지도 빨려 들어간다.
김기택<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267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66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317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41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51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76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7,994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81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49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40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885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482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8,991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896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78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12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46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213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794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72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25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695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06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31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