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송(1962~ ),'눈화장을 하는 여자'
1호선 전철에서 젊은 여자가 눈화장을 한다
아이브라우, 지난밤 어떤 몸부림이었기에 흔들리는 차안에서도 손길이 저리 매끄러울까
얼마나 깊은 밤을 만났기에 아이섀도를 할 때 깊은 우물을 파는 것일까
아이라인을 하던 손길이 내 그림자를 부른다
그림자가 몸을 떠나려는 지 몸이 간지럽다
전동차가 마스카라를 끝낸 여인의 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 정차역은 청량리, 청량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여자의 눈화장은 밤처럼 검고 깊은 눈에 더 검고 더 깊은 우물을 파는 것. 시인은 그 눈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그림자도 자신을 떠나 여인의 눈 속으로 갈 것 같다고 능청을 떤다. 화장이 진행될수록 여인의 눈의 이미지는 밤에서 우물로, 우물에서 지하철 터널로 바뀌면서 어둠과 깊이를 더해 이윽고 전동차까지도 빨려 들어간다.
김기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