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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석(1955~ ) '풍뎅이' 부분
지금은 어느 하늘을 날고 있는지
풍뎅이들아 미안하다
철모르던 시골아이의
기억의 헛간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만
다만 놀이로
수많은 너희들의 목을 비틀었구나
참나무 수액을 빠느라 정신없는
너희들을 붙들어
다리를 분지르고 목을 비틀어
땅바닥에 뉘어 놓고서
"핀둥아 핀둥아 갈미봉에 비 몰려온다
마당 쓸어라" 노래하며
손바닥으로 땅바닥을 두드리면
땅바닥을 헛되이 맴돌던 분망한 날갯짓이
뒤늦게 눈에 아프구나
(후략)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어린 풍뎅이 한 마리가 핸들 위에 필사적으로 붙어 있었다. 채 여물지 않은 등에 점박이 무늬도 희미한 풍뎅이를 보니 어린 시절 갖고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몇 번 손사래를 치다가 결국 차를 세우고 풍뎅이를 창 밖으로 조심스레 날려보냈다. 그러나 아이들의 짓궂은 손을 만나지 않는다 해도 어두운 도심 어디에 풍뎅이 깃들 곳이 있을까.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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