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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1935~) '떠도는 자의 노래'전문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길을 떠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해서다.
불현듯 옆구리가 허전하게 느껴질 때,
그 존재의 허기를 채우려고 신발끈을 매고, 차표를 끊고,
어두운 저잣거리를 무작정 기웃거린다.
언젠가의 내가 쓸쓸한 간이역이나 나룻가에 앉아 있을 것 같아서.
그러나 거기서 마주치는 것은 낯선 얼굴뿐,
나에게로 가는 길은 너무 멀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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