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8,856 추천 수 6 댓글 0
이은봉(1953~ ) '돌멩이 하나' 전문
아침 산책길 돌멩이 하나 문득 발길에 차인다
또르르 산비탈 아래 굴러 떨어진다
저런저런……내 발길이 그만 세상을 바꾸다니!
달팽이 한 마리 제 집 등에 지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풀섶 근처…이슬 방울마다
황홀한 비명. 하얗게 열리고 있다.
저물 무렵 순천만에 나가다. 가창오리떼의 군무가 부드러운 햇살 속으로 펼쳐지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카드 섹션을 바라보는 것 같다. 흰빛과 회색으로 반짝이는 저 작은 색종이들. 그들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시베리아로부터 날아왔다고 한다. 학명(Baikal teal)은 이들의 본적지를 일러준다. 바이칼 호수. 저 작은 새의 날갯짓과 울음소리는 광대한 시베리아의 초원과 호수에 펼쳐지던 것들이다. 어찌 그들의 몸짓을 단순히 철새들의 춤으로만 부를 수 있을까. 작은 생명들이 어울려 노래하는 지난한 생의 찬미…. 아침 산책길에 문득 돌멩이 하나 발길에 차일 때 화들짝 놀랄 수 있음은 시인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그 작은 돌멩이 하나,
우주의 시원에서부터 비롯되었을지니….
곽재구<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622 | 2023.12.30 |
393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風文 | 288 | 2024.11.08 |
3929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風文 | 241 | 2024.11.08 |
3928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風文 | 728 | 2024.11.08 |
3927 | 양지쪽 - 윤동주 | 風文 | 261 | 2024.11.08 |
3926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風文 | 266 | 2024.11.06 |
3925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風文 | 328 | 2024.11.06 |
3924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風文 | 253 | 2024.11.06 |
3923 | 산상 - 윤동주 | 風文 | 251 | 2024.11.06 |
3922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風文 | 160 | 2024.11.04 |
3921 | 사랑 - 이해인 | 風文 | 240 | 2024.11.04 |
3920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風文 | 191 | 2024.11.04 |
3919 | 닭 - 윤동주 | 風文 | 188 | 2024.11.04 |
3918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風文 | 704 | 2024.11.01 |
3917 | 비 갠 아침 - 이해인 | 風文 | 647 | 2024.11.01 |
3916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風文 | 177 | 2024.11.01 |
3915 | 가슴 2 - 윤동주 | 風文 | 199 | 2024.11.01 |
3914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風文 | 720 | 2024.10.28 |
3913 | 비밀 - 이해인 | 風文 | 238 | 2024.10.28 |
3912 | 凍夜(동야) - 김수영 | 風文 | 250 | 2024.10.28 |
3911 | 가슴 1 - 윤동주 | 風文 | 189 | 2024.10.28 |
391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風文 | 225 | 2024.10.25 |
3909 | 부르심 - 이해인 | 風文 | 214 | 2024.10.25 |
3908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 | 風文 | 216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