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曠野(광야) - 김수영
이제 나는 광야에 드러누워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나를 발견하였다
시대의 예지
너무나 많은 나침반이여
밤이 산등성이에 넘어내리는 새벽이면
모기의 피처럼
시인이 쏟고 죽을 오욕의 역사
그러나 오늘은 산보다도
그것은 나의 육체의 융기
이제 나는 광야에 드러누워도
공동의 운명을 들을 수 있다
피로와 피로의 발언
시인이 황홀하는 시간보다도 더 맥없는 시간이 어디있느냐
도피하는 친구들
양심도 가지고 가라 휴식도-
우리들은 다같이 산등성이를 내려가는 사람들
그러나 오늘은 산보다도
그것은 나의 육체의 융기
광야에 와서 어떻게 드러누울 줄을 알고 있는
나는 너무나도 악착스러운 몽상가
조잡한 천지여
깐디의 모방자여
여치의 나래 밑의 고단한 밤잠이여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떻게 뒤떨어지느냐가 무서운 것]이라는 죽음의 잠꼬대여
그러나 오늘은 산보다도
그것은 나의 육체의 융기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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