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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시간의 얼굴 6~10) - 이해인
6
'네가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이의 눈 속에 출렁이는 그림 한 점,
샤갈의 <푸른 장미>.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이의 목소리 속에 조용히 흔들리는 선율,
. 내게 이런 모든 것을 느끼도록 해 주신 당신의 크신 얼굴이 더 크게 살아오는 가을.
루오의 그림마다에서 당신의 커다란 눈들이
나를 부릅니다.
7
오늘은 길을 떠나는 친구와 한 잔의 레몬차를 나누었습니다.
이별의 서운함은 침묵의 향기로 차(茶) 안에 녹아 내리고
우리는 그저 조용히 바라봄으로써 서로의 평화를 빌어 주고 있었습니다.
정든 벗을 떠나 보낼 때는 언제나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헤어질 때면 더욱 커 보이는 그의 얼굴. 손 흔들 때면 더욱 작아 보이는 나의 얼굴.
8
새벽에 성당 가는 길엔 푸른 색 나팔꽃 한 송이와 꼭 마주치게 됩니다.
그 꽃이 나를 바라보듯이 내가 그 꽃을 바라보듯이
그렇게 유순하고 사심(私心) 없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게 하여 주십시오.
9
귀뚜라미 노래소리에 깊어 가는 가을밤.
내 피곤한 육신을 맨땅에 눕히듯이 작은 나무 침대 위에 눕히면,
오랜만에 달고 싱싱한 사탕수수 같은 나의 꿈과 잠.
꿈에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과 긴 여행을 합니다. 꿈꾸는 것조차도 당신 안에선 가장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10
보름달 속에 비치는 당신의 빛나는 모습.
달처럼 차고 또 기우는 우리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입니까.
달빛에게 세례받은 하얀 박꽃처럼 순결한 마음으로 당신을 기억하며 살고 싶습니다.
나 또한 당신의 넓은 하늘에서 하나의 달이 되어 뜰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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