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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1 - 김수영
오래간만에 거리에 나와보니
나의 눈을 흡수하는 모든 물건
그 중에도
빈 사무실에 놓인 무심한
집물 이것저것
누가 찾아오지나 않을까 망설이면서
앉아있는 마음
여기는 도회의 중심지
고개를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태연하다
- 일은 나를 부르는 듯이
내가 일 우에 앉아있는 듯이
그러나 필경 내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이다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나다
헌 옷과 낡은 구두가 그리 모양수통하지 않다 느끼면서
나는 옛날에 죽은 친구를
잠시 생각한다
벽 우에 걸어놓은 지도가
한없이 푸르다
이 푸른 바다와 산과 들 우에
화려한 태양이 날개를 펴고 걸어가는 것이다
구름도 필요없고
항구가 없어도 아쉽지 않은
내가 바로 바라다보는
저 허연 석회천장 -
저것도
꿈이 아닌 꿈을 가리키는
내일의 지도다
스으라여
너는 이 세상을 점으로 가리켰지만
나는
나의 눈을 찌르는 이 따가운 가옥과
집물과 사람들의 음성과 거리의 소리들을
커다란 해양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조고마한 물방울로
그려보려 하는데
차리리 어떠할까
- 이것은 구차한 선비의 보잘것없는 일일 것인가.
<195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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