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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우 - 정지용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뺨마다 고운 피가 고이고
배는 화려한 짐승처럼 짓으면서 달려나간다.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해적 같은 외딴섬이
흩어져 날으는 갈매기떼 날개 뒤로 문짓 문짓 물러나 가고,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얀 큰 팔구비에 안기여
지구덩이가 동그랗다는 것이 길겁구나.
넥타이는 시원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 슨 어깨에 유월 볕이 스며들고
한없이 나가는 눈길은 수평선 저쪽까지 기폭처럼 퍼덕인다.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그대 머리는 슬픈 듯 하늘거리고.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대는구료,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 듯 나부끼고.
그대는 바람보고 꾸짖는구료.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마 죽을라구요
빠나나 껍질로 바다를 놀려대노니,
젊은 마음 꼬이는 구비도는 물구비
둘이 함께 굽어보며 가비얍게 웃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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