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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 참이냐 - 한용운
엷은 사(紗)의 장막(帳幕)이 작은 바람에 휘돌려서
처녀의 꿈을 휩싸듯이 자취도 없는 당신의
사랑은 나의 청춘을 휘감습니다.
발딱거리는 어린 피는 고요하고 맑은 천국(天國)의 음악에
춤을 추고 헐떡이는 작은 영(靈)은
소리없이 떨어지는 천화(千花)의 그늘에 잠이 듭니다.
가는 봄비가 드리운 버들에 둘러서 푸른 연기가 되듯이, 끝도
없는 당신의 정(情)실이 나의 잠을 얽습니다.
바람을 따라가려는 짧은 꿈은 이불 안에서 몸부림치고,
강 건너 사람을 부르는 바쁜 잠꼬대는 목 안에서 그네를 뜁니다.
비낀 달빛이 이슬에 젖은 꽃수풀을 싸라기처럼 부시듯이
당신의 떠난 한은 드는 칼이 되어서
나의 애를 도막도막 끊어 놓았습니다.
문 밖의 시냇물은 물결을 보내려고
나의 눈물을 받으면서 흐르지 않습니다.
봄동산의 미친 바람은 꽃 떨어뜨리는 힘을 더하려고
나의 한숨을 기다리고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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