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 김영승
부부간에 키스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부부는 키스가 없다. 옛날엔
많은 여자들과 키스를 해서 그런지, 下體만 집어넣고 그저 고진감래
겠거니 생각한다.
결혼 지 어언 8년차, 나는 단 한 번도 아내와 키스를 해본 적이 없다.
무슨 놈의 주둥아리가 그저 먹고 중얼중얼 기도나 하는 주둥아린
도대체가 '철毋流聲'*이다.
"아, 키스나 성교합니다으∼"
트림하듯, 옛날 채권 장수마냥, 그렇게 가방 하나 들고 걸어다닐까
굴뚝청소하는 사람처럼, 아, 뚫어~
'징'하나 들고
이 골목 저 골목
역시 옛날
아이스 께끼 장수처럼
꽝꽝 얼어붙은 겨울밤
메밀묵 장수처럼
찹쌀떡 장수처럼
"아저씨, 성교 한 번 해주세요"
드르륵 드르륵
창문을 열고 여자들은 말하리라
"2人分요…"
돈을 건네며 발을 동동 구르리라
그런데…
그런데 그까짓 키스 안 하고 살면 안 되냐
내가 언제부터 키스를 하고 살았다고 무슨
키스키스, 이 늦은 밤, 아니 새벽
주접을 떨고 있느냐
그렇다면
cunninlingus?
釋某 스님은 守口庵이라는 암자에 기거하고 있었는데
가서 보니까 어쩌면 내 房도 守口庵
입을 벌리면
獅子吼같은 天地間의 형형색색 萬뢰가
短調의 和音을 이룬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무슨 화장품 가방 같은 네모난 가방을 든
독일군 여장교 같은 복장의
글래머가 음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입을 벌리고 싶어서일까
하긴…
똥개들이 길거리에서
흘레나 붙을 일이지
서로 키스를 하고 자빠졌다면
그건 또 얼마나 징그러운 일인가
雜種 개 한 쌍이
거꾸로 붙어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결국 길을 건너간다
아주
'莊嚴'해 보였다.
* '철毋流聲' 물을 빨아 마실 때에 목구멍을 지나가는
소리를 내지 아니함 - 박지원 <양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