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 김창균
올해가 끝이겠구나 하면
또 밀고 올라오는 것
자신을 모두 밀어 올려
가난의 끝에 까치발을 하고 서보는 일
허리가 아프도록 서서
큰소리로 한번 우는 것
세상의 슬픈 것들은 이다지도 높아
소리마저 절멸한 곳에서
가장 연약하고 가난한 끝에
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일
층층나무 한 그루를 오래 만지다 오는 길
오오, 보살이여
깨끗한 절벽이여
누군가의 무동을 타고 잠깐 본 허공이여.
-<작가세계>2007.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