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꽃
풀꽃이름
살다보면 양지도 있고 음지도 있는데, ‘양지꽃’은 이즈음 빛이 많고 건조한 양지에서 자라 붙은 이름이다. 햇빛을 잘 받았다는 증거라도 보이듯이 진노랑빛이다. 양지꽃은 20종쯤 되는데, 양지꽃보다 조금 늦게 피면서 잎과 꽃이 닮은 ‘나도양지꽃’, 높은 산허리에 자라는 ‘너도양지꽃’, 온몸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솜양지꽃’, 돌이나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돌양지꽃’, 물가에서 자라 ‘물양지꽃’, 기는 가지로 번식하는 ‘누운양지꽃’, 울릉도 ‘섬양지꽃’, 제주도 ‘제주양지꽃’ 등이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쇠스랑개비’라 하는데, 농기구 ‘쇠스랑’(소시랑)이 갈아엎는 마른 땅에서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양지꽃은 양기를 듬뿍 받아서인지 한방에서는 허한 음기를 보하는 약재로 쓰고, 화장품 회사에서는 얼굴을 환하게 만드는 데 쓴다니, 이름값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양지쪽에만 있는 분들을 보면, 일도 잘 했겠지만 얼핏 처세를 정말 잘했거나 혹은 소신이란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품과 실력이 있으면 ‘나도양지쪽, 너도양지쪽’이 아니더라도 중하게 쓰는 사회를 꿈꾼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한겨레 자료사진
말
짐승이름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사람 욕심이란 끝 간 데를 모르니 삼가야 함을 이른다. 두어 해 전에 몽골 울란바토르에 갈 때 몽골 비행기에 말대가리가 그려져 있어 인상적이었는데, 들판에도 공연장에도 테릴지 국립공원에서도 예외 없이 말이다. 말은 동력의 원천이자 탱크였다.
말을 몽골말에서 모린(morin)이라고 한다. 제주 고장말로는 지금도 ‘모리’라 하는 이가 있음을 보면 몽골과 관련이 깊음을 알 수 있다.
우리말에서 ‘말’로 소리가 나는 말 세 가지가 있다. 사람이 타고 다니는 말(馬),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할 적의 말(斗), 입으로 생각과 느낌을 전하는 말(言)이 그렇다. 소리가 같고 뜻은 달라도 옮김과 전달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지난 일과 관련지어 보면, 신라시조 혁거세와 날아오르는 흰말, 고구려 주몽과 비루먹은 말, 동부여 부루와 금개구리(금와) 모양의 어린아이, 경주 황남동 고분의 천마도 …들이 드러난 대표적인 말 관련 신화소들이다. 여기 천마는 땅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늘과 땅의 만남으로 거룩한 말의 속내를 드러낸다.
달리 윷놀이에서 도·개·걸·윷·모라 할 때 걸(geol)이 지명 대응성 등으로 보아 말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거룩하다’의 ‘거룩’이 말을 뜻하는 ‘걸’에서 갈라져 나온 형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삼한 마한(馬韓)의 ‘마’도 말의 신성함과 으뜸감을 이른다. 따라서 말이 접두사가 되어서 ‘크다-거룩하다’로 쓰임을 알 수가 있다. 초인의 말울음 소리에 솜다리는 꽃피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현수막, 횡단막
대중에게 선전하거나 알리고 싶은 문구를 천 따위에 적어 내거는 선전막에는 가로로 거는 것과 세로로 길게 드리우는 것 두 종류가 있다. 가로로 거는 것을 '플래카드(placard)'라 하고, 세로로 길게 드리우는 것은 '현수막(懸垂幕)'이라고 한다.
현수(懸垂)는 '아래로 곧게 (매)달려 드리워짐'이라는 뜻이고, '횡단(橫斷)'은 '가로지름 또는 가로로 끊거나 자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수막'이라는 단어는 있는데 '플래카드'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없을까.
있다. 바로 '횡단막(橫斷幕)'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표제어로 실려 있다. '건물의 외벽(外壁)이나 큰 방의 벽에 가로로 내건 긴 막으로, 표어(標語) 따위가 적혀 있다'라고 풀이돼 있다. 딱 들어맞는 말이다. 이 사전은 또 '플래카드'를 '긴 천에 표어 따위를 적어 양쪽을 장대에 매어 높이 들거나 길 위에 달아 놓은 표지물. 현수막으로 순화'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현수'나 '횡단'의 말뜻에 비춰 보면 '횡단막'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하투(夏鬪)에 들어간 노조 단체들의 집회장에는 투쟁 구호 등이 적힌 현수막과 횡단막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간판 업소에서는 현수막과 횡단막, 입간판 등을 주문받아 제작한다'처럼 쓰면 된다.
일반적으로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구별하지 않고 섞어 쓰고 있는데, 그 뜻이 분명히 다른 말이므로 구분해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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