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불편할 뿐 불행하지 않습니다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일 뿐인데 마치 불행한 것처럼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어 순화가 필요하다.
‘맹인’ ‘장님’ ‘봉사’ ‘애꾸눈’ ‘외눈박이’ 등의 표현은 ‘시각장애인’으로 순화해야 하고, ‘절름발이’ ‘불구자’ ‘앉은뱅이’ 등의 표현은 ‘지체장애인’으로 순화해 사용해야 한다. 또한 ‘정신박약아’ ‘저능아’ 등은 ‘지적장애인’으로, ‘벙어리’ ‘말더듬이’ 등은 ‘언어장애인’으로, ‘귀머거리’는 ‘청각장애인’으로, ‘문둥이’는 ‘한센인’으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장애를 비유적으로 사용한 표현들이 속담이나 관용구의 형태로 남아 일상 언어에서 사용되고 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꿀 먹은 벙어리’ ‘귀머거리 삼 년에 벙어리 삼 년’ ‘절름발이 행정’ ‘장님 코끼리 만지기’ ‘눈 뜬 장님’ 등이 대표적인 장애 비유 표현들이다.
또한 장애를 비유한 말들이 표준어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아서 쓸 수 있게 만든 낮은 책상’이라는 뜻으로 ‘앉은뱅이책상’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고 ‘엄지손가락만 따로 가르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함께 끼게 되어 있는 장갑’이라는 뜻으로 ‘벙어리장갑’이 역시 사전에 올라와 있다. 또한 ‘밀가루에 설탕, 달걀, 버터 따위를 섞어 반죽해 표면을 오톨도톨하게 구워 낸 빵’이라는 뜻으로 ‘곰보빵’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데, ‘곰보’는 얼굴이 얽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앉은뱅이책상’ ‘벙어리장갑’ ‘곰보빵’ 등 장애를 비유한 말들은 ‘좌식책상’ ‘엄지장갑’ ‘못난이빵’ 등의 말로 순화할 필요가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접미사 (3)
어떤 접미사는 조사나 의존명사와 혼동될 때가 있다. 각각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띄어쓰기나 철자 표기에 오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잘 새겨둘 필요가 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났다.”에서 ‘-들’은 복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방에서 놀고들 있어.”에서 ‘들’은 문장의 주어가 복수임을 나타내는 조사이다. 이 둘은 앞말에 붙여 쓴다. 한편, ‘따위’나 ‘등(等)’과 비슷한 뜻을 가진 의존명사 ‘들’도 있다. “과일에는 사과, 배, 감 들이 있다.”에서 ‘들’은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호랑이님, 달님, 해님’에 쓰인 ‘-님’은 어떤 대상을 인격화해서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해님’을 ‘*햇님’으로 잘못 적는 일이 많은데, ‘*햇님’은 문법적으로 불가능한 표기이다. 사이시옷은 명사+명사 합성어에서만 나타나고 접미사 앞에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홍길동 님, 길동 님’에 쓰인 ‘님’은 사람 이름 뒤에 쓰여 그 사람을 높여 부를 때 쓰는 의존명사이다. 이때는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김씨’와 ‘김 씨’는 뜻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김씨가 가장 많다.”에서 ‘김씨’는 ‘김이라는 성 그 자체’를 나타내며, 여기에는 접미사 ‘-씨’가 쓰였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한다. “방금 김 씨가 떠났어.”에서 ‘김 씨’는 ‘성이 김인 사람’을 가리키며, 여기에는 의존명사 ‘씨’가 쓰였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
‘앞말이 가리키는 만큼의 분량임’을 나타내는 말로 ‘-쯤’과 ‘-가량’이 있다. ‘-쯤’은 붙여 쓰고 ‘-가량’은 띄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둘 다 접미사이므로 “한 시간쯤 걸었다.”, “한 시간가량 걸었다.”와 같이 붙여 써야 한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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