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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 315 호
단기 4340. 12. 27 (음력 11. 18) / 발송인 : 윤영환 (poemserver@paran.com) / Music Off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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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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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문학동네작가상' 공모 [2천만원 고료]
경장편소설 분야에서 한국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문학동네작가상’은 한국소설의 신생을 가져올 광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등단의 예비작가를 비롯, 모든 작가들에게 응모의 문이 열려 있습니다. 많은 작가들의 응모를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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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편으로만 접수합니다. 마감일 소인이 찍힌 응모작까지 접수합니다. 겉봉투에 ‘문학동네작가상 응모작’임을 명기해주십시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 수상작은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출간 후 판매부수에 대한 인세(정가의 10%)가 상금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인세를 지불합니다.(홍보용, 증정용 도서는 판매부수에서 제외됩니다.)
- 자세한 사항은 게시판에 문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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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언 /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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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천재적 작품 속에는 우리의 머리 속에도 한번은 떠올랐으나 우리 스스로 버린 사상이 깃들여져있다. 우리 스스로 생각했다가 내버린 생각들이 새삼 위엄을 갖추고 되돌아 왔음을 발견한다. / 랠프 월도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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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철학 /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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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지혜가 담긴 109가지 이야기 - 김방이
1.사물을 바로 보는 눈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피와 물
장자의 산목편의 일화 한 편을 보자. 임회라는 사람이 있었다. 전쟁이 나서 적군이 침범해 오자 그는 많은 보물을 내버려 두고 갓난아이 하나만 들쳐 업고 도망을 갔다. 그러자 옆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돈으로 따지면 갓난아이는 보물보다 훨씬 못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보물은 보리고 귀찮은 갓난아이만 업고 도망을 갑니까?“하고 그에게 물었다. 이에 임회는 “보물은 나와 이익으로 맺어져 있지만 이 아이는 나와 운명으로 맺어져 있소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익으로 맺어진 것은 위급을 당했을 경우 쉽게 벗어버리지만, 혈육은 위급한 경우 더욱 보전이 된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관계 중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이 혈연이다. 공자는 “재주가 있건 없건 부모는 항상 제 자식이 잘났다고 생각한다”고 했으나, 자기 자식이라고 해서 제자보다 더 가까이 하지는 않았다. 공자에게 있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제 자식이 잘났다고 생각하더라도 자식의 능력을 냉정히 판단하여 자식의 능력에 맞는 삶의 방법을 강구하여 주라는 말이었지, 능력 없는 자식을 그 능력에 맞지 않게 대우하여 감싸안으라는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예수를 만나러 예수의 어머니와 친동생들이 왔다. 하지만 예수는 “내 어머니와 형제가 누구입니까?”고 묻고는 제자들을 가리키면서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예수는 ”누구든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다 내형제자매요 어머니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온 세상사람들이 모두 형제자매들이다”라고 한 공자와 다를 바 없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혈연 관계를 다른 관계보다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라든가,‘하느님은 우리에게 피붙이를 허락하였다. 반면에 우리는 친구를 인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라는 말들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혈연으로 맺어진 딸에게는 죽먹은 그릇을 설거지시키고, 인위적으로 선택한 며느리에게는 기룸 묻은 그릇을 닦게 해서는 안된다. 피로 맺어진 형제 자매와 똑같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예수나 공자의 성품을 보통 사람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리들은 그러한 성품을 갖추려고 노력은 하여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 부자들의 농담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대할 때 간청하듯이 말을 하지만 부자는 거만하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부자가 되면 거들먹거리게 되고, 가난한 사람을 ‘똥치운 막대기’같이 함부로 대하게 되기 싶다. 그래서 예기는 ‘소인은 가난하면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여 나쁜 짓을 하고, 부자가 되면 교만하고 방자하게 된다’고 이르고 있다. 비록 공자가 논어에서 ‘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기는쉽다‘고 하였지만 말이다.
부자의 선행
부자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심심풀이 땅콩’과 같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베푸는 큰 선행(?)이 하나 있다. 먹을 것을 주어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농담을 통해 그들의 ‘귀’만을 즐겁게 하여 주는 것이 그것이다. 1960년대말, 한 신문사는 박정희 대통령과 주위에 있는 사람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실은 적이 있다. ‘대통령의 미소’란 제목의 이 사진은 박 대통령이 한마디하고 멋쩍게 미소를 지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주위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 떼들이 모여들 듯이, 부자나 권력자 주위에는 그들의 눈에 들어 ‘한 건’잡아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갖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여 부자나 권력자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성경 시편은 ‘권력있는 사람들을 의지하지 말고 도울 힘이 없는 인간을 의지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오직 하느님만 의지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보다 눈에 보이는 인간에게 더 큰 기대를 하게 되는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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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상 / 지혜 / 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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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술 - 김재은
제3장 - 강박관념 또는 열등감 : 사고를 방해하는 것(I)
3. 연기는 지성의 적
우리들 주위에는 다른 사람의 성격을 흉내내면서 뽐내고 다니는 사람을 가끔 볼 수있다. 정말 치사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노력하면 할수록 자기 성격의 특징을 잃어 버리고 만다는 절망적인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한 예를 여기서 두세 개 들어보기로 하자.
#1 에드워드 7세(1901-1910, 빅토리아 여왕의 장남) 또는 조지 5세(에드워드 7세의 둘째 아들)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영국인 #2 유명인(예를 들면, 알프레드 D.뮈세, 1801-1857, 프랑스 시인)과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파리의 거리를 활보하는 프랑스인 #3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을 흉내내고 싶은 정치가. 이런 불성실성은 정치가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4 아직 외국어를 완전히 마스터하지 못한 주제에 몸짓이라든가 말투만은 그럴 듯하게 꾸며대는 사람, 이런 가짜는 그 나라 사람에게 걸리면 여지없이 탈이 벗겨지고 마는 경우가 있다. 가짜도 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지도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5 위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 살롱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어떤 책의 이름이 화제에 올랐다고 하자. 그럴 때, "나는 그 책은 읽지를 못했어"라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여기에 든 위선자 축에 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은 이따금 서점에서 책을 살 때에도 '누구나 사가지고 다니니까 나도 한 권!' 식으로 사게 되는 사람들이다. 이런 형편이므로 책을 사기는 해도, 아마도 그냥 꽂아 두는 데 불과할 것이다. #6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 젊은 층에게 의외로 많은 것이 이런 거드름쟁이들이다.
미술전람회나 음악회에 다녀온 후 자기의 감상력을 자랑하는 것은 의외로 쉬운 것이다. 외국어나 전문 술어를 알지도 못하면서 빌어서 쓰는 재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최저의 연기자들이다. 저 부인은 허영심이 많다거나, 그 사람은 연기가 서투르다거나, 하는 식으로 인물평을 하는 일은 흔히 있다. 비평의 대상이 된 사람은 '연기'가 서투르다는 점 때문에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이런 일은 모두가 제 탓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면 그들이 비웃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은 과연 어떤가라는 의문이 솟아날 것이다. 그들은 지금 #1-#6까지에 열거한 연기를 하는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일까? 우리들 보통 사람들은 정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해 본다면, 결코 그렇게 큰 소리치거나 뽐낼 수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실보다는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다는, 누구 나가 가지고 있는 욕망이야말로 지성의 적이다.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한 지식이나 정보를 마치 제 것처럼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똑같은 위험을 범하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제 자신의 것이 아닌 지식은 그 사람 자신의 사고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자기 스스로가 생각하는 힘을 악화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껍질만을 외우려고 하는 태도에도 열등감의 유혹이 깃들기 쉬운 것이다. '외우려는' 생각만으로 연설을 듣고, 시를 읽고 하면, 확실히 빨리 외어지겠지요. 그러나 그 연설의 요지나 목적, 또는 그 시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4. 선입의식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두 가지 생각이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는 힘은 1+1=2와 같은 덧셈이 될까? 사실은 이와는 반대로 1-1=0과 같은 뺄셈이 되고 만다. 지금 여기에 '진짜' 명화가 있다고 하자. 그러나 미리 누구에게서 "저 그림은 모조품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신은 그 그림 앞에 섰을 때, "이 그림은 훌륭한 작품이다"라고 생각하게 될까? 이 짓궂은 친구는 도중에 사실을 말해 주었다. "사실은 이게 진짜야"라고. 그 순간, 명화가 갖는 박력이 당신이 이미지를 단번에 뒤바꾸어, "응, 그러면 그렇지. 과연 훌륭한 그림이야"라고 몇 초 전과는 180도로 다른 흥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선입의식'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이미지를 흐리게 만드느냐를 설명해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또 하나 다른 사실을 밝혀 주고 있다. 즉 이 남자가 자기의 눈을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폭로한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로 삼고 싶은 것은, 그에게 그림을 '감상하는 능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별문제로 하고라도 열등감은 이와 같은 자그마한 암시가 있기만 해도 이미 우리들의 사고를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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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도움 → 한글 바로쓰기, 글터 → 국어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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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신들리다
본뜻 : 귀신 중에 제일 불쌍한 귀신은 걸신이라고 한다. 그는 늘 이곳 저곳을 다니며 빌어먹어서 배를 채워야 하니 언제나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라는 귀신이 바로 이 걸신에 해당하는데 늘 굶주려 있는 그들은 음식만 보면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탐을 냈다. 이 때문에 '걸신들렸다'는 말과 비슷한 뜻으로 '아귀처럼 먹어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걸신이 들렸다는 것은 빌어먹어 굶주린 귀신이 몸 안에 들어앉아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바뀐 뜻 : 어떤 음식에 대한 욕심을 지나치게 내거나 게걸스럽게 먹는 모양을 빗댈 때 쓰는 말이다.
"보기글" -아이구, 자네 며칠 동안 밥구경 한 번 못했나? 자네 밥 먹는 꼴이 흡사 걸신들린 사람 같네 그랴 -얘, 너 갈비에 걸신들렸냐? 누가 쫓아오지 않으니까 좀 천천히 먹어라
경을 치다
본뜻 : 경은 조선 시대에 행해졌던 형벌의 하나로서 자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자란 고대 중국에서부터 행해졌던 형벌의 하나로, 얼굴이나 팔뚝의 살을 따고 흠을 내어 먹물로 죄명을찍어 넣는 것을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 영조 때까지 행해졌다 '경을 친다'는 것은 도둑이 관아에 끌려 가서 '경'이란 형벌을 받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뀐 뜻 : 오늘날에는 호되게 꾸중을 듣거나 심한 벌을 받는 것을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보기글" -너 아버지 말을 안 듣다간 조만간 크게 경을 칠 거야 -어제 아버지 몰래 담배 피웠다가 들켜서 경을 쳤어
벵갈말
언어 대국, 인도 언어 중에 우리에겐 좀 낯설지만 인구 8%가 쓰는 벵갈말이 있다. 동부의 방글라주에서 주로 쓰며, 또한 방글라데시의 국어이기도 하다. 2억2천만명 가량이 쓰는데, 이는 아랍말 사용 인구수와 비슷하여 세계 5~6위를 다툰다.
벵갈말은 인도유럽어족의 한 갈래로 그 뿌리는 산스크리트이다. 산스크리트에서 갈라진 다른 말들보다 문법체계가 많이 단순해져 언뜻 뿌리가 다른 말처럼 보인다. 특히 우리말하고 비슷한 점이 있어, 우리말과 계통을 견주어 보려는 경우도 있다. 어순이 우리말과 같아서 주어 다음에 목적어가 놓이고 그 뒤에 서술어가 온다. 보조용언 구성도 매우 흡사하다. 우리말의 ‘-어 보다, -어 주다, -어 버리다, -고 싶다, -어야 되다’와 같은 표현도 벵갈말에 똑같이 나타난다. 명사에 조사가 붙어서 격을 나타내는 방식도 비슷한데, 그러나 벵갈말에는 관형격조사, 목적격조사, 처격조사만 있고 주격조사는 없다. 목적격조사는 사람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만 붙는 특징도 있다.
이런 겉모습만 보고서 벵갈말을 우리말과 계통이 같다는 주장을 듣게 되는데, 비교언어학 방법을 엄밀히 적용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연히 얼굴이 닮은 두 사람을 따져 보지 않고 형제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벵갈말로 된 문학작품 가운데는 세계적인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라고 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타고르가 대표적인 시인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알바
‘알바’는 독일어 ‘아르바이트’(Arbeit)의 준말이다. 아르바이트란 말이 처음 들어왔을 때 ‘부업’으로 순화해 쓰자고 했다. 그런데 최근 ‘아르바이트’가 ‘부업’보다 세곱절이나 많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가 ‘주업이 아닌 부업’의 의미가 아니라 ‘등록금이나 용돈을 벌고자 학생들이 틈을 내어 하는 일’의 뜻으로 대학가에서 빠르게 퍼져나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 ‘알바’는 이런 본디뜻과 다른 뜻으로도 쓰인다. 가상공간에서 ‘알바’는 ‘대가를 받고 인터넷상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
인터넷에서는 ‘알바’처럼 여러 뜻으로 쓰이는 말들이 꽤 있다. ‘므흣하다’는 “너희가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니 므흣하구나”에서는 흐뭇하다는 뜻이지만 “밤이 되면 이 사이트에 므흣한 사진들이 종종 올라와요”에서는 야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아?d?d하다’나 ‘즐’과 같은 말은 정반대 뜻으로도 쓰인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오타에서 출발했다는 ‘아?d?d하다’는 기분이 좋다는 말로도 쓰지만 ‘어이없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즐’은 ‘즐겁다’에서 출발해 ‘즐감·즐팅’ 등에서 긍정적 의미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즐!’ 하면 상대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거나 더 대화하기 싫으니 빠져 달라는 말이다. 이처럼 인터넷 새말들은 처음 뜻과 다르게 부정적인 쪽으로 의미가 변하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비대면성 탓에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상대를 맘놓고 비난하는 풍조가 자리잡은 탓으로 보인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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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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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는 법이다 - 지은이:사마천, 옮긴이:김진연, 펴낸이:이영선
16. 기러기의 큰 날개를 가졌어도 때를 만나지 못한다면(공손홍, 원고생, 동중서)
1) 높아지려거든 먼저 몸을 낮춰라(공손홍)
마흔에야 학문을 시작하다
공손홍은 젊어서 옥리로 있다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파면되었다. 그 후 그는 바닷가에서 돼지를 키우며 가난하게 살았다. 마흔이 넘어서야 그는 비로소 "춘추"등 학문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무제가 즉위하고부터 학문을 장려하고 학자를 우대하게 되었다. 무제는 전국에 유능한 선비를 추천하게 했는데, 이때 공손홍도 추천될 수 있었다. 그때 공손홍의 나이는 이미 예순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흉농에 사신으로 다녀와서 올린 보고서가 무제의 마음을 거슬렸으므로 무능자로 간주되어야 했다. 그러자 그는 병을 핑계삼아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후 5년이 지나 나라에서는 다시 선비를 추천하게 했는데, 공손홍은 또다시 추천되었다. 이에 공손홍은 거듭 사양했다.
"저는 전에 벼슬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무능한 탓으로 벼슬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다른 유능한 사람을 추천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 지방 유지들은 기어코 그를 추천했다. 그래서 그는 서울에 올라갔는데, 각지에서 추천되어 올라온 선비들은 백여 명 쯤 되었다. 나라에서는 문제를 내어 답안을 써 보게 했는데, 공손홍의 성적은 그 중 하위였다. 그러나 그 답안들을 보던 황제는 공손홍의 답안을 으뜸이라 말하고 그를 불러 들였다. 그리고 황제는 공손홍의 의젓한 풍모가 매우 마음에 들어 박사에 임명하였다. 공손홍은 대인의 풍포를 지녔으며, 견문이 넓었다. 또 그는 언제나, "임금의 병은 마음이 넓지 못한 데 있고, 신하의 병은 검소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데 있다."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항상 베로 이불을 만들었으며, 상에는 한 접시 이상의 고기를 올려놓지 않았다. 그리고 계모가 죽었을 때도 3년상을 치렀다. 조정에서의 회의 때에는 어떤 문제에 대해 찬성할 수 있는 점과 찬성할 수 없는 점을 함께 말해 황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갔다. 또 언제나 상대방의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하여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일을 하지 않았다.
황제는 공손홍의 언행이 중후하고 여유 있으며 법률과 사무에 정통할 뿐 아니라 거기에 유학의 이념을 세련되게 가미하는 점을 매우 높이 평가해 그를 총애했다. 그는 또 자기의 제안이 황제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조정에서 캐고 따지는 일이 없었다. 그럴 때는 급암이라는 대신과 함께 황제가 한가한 틈에 찾아가 따로 만났다. 그때도 급암이 먼저 말을 꺼내고 자신은 뒤에 동의하는 식으로 했다. 그렇게 되면 황제는 언제나 기분 좋게 그것을 받아들이곤 했다.
학문이 성해야 천하가 태평하다
그 후 공손홍은 학문이 침체되어 있음을 걱정하여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폐하께서는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짐이 듣건대 백성을 이끄는 데 예절로 하고 풍속을 교화하는 데는 음악으로써 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예절은 무너지고 음악은 쓰이지 않아 짐은 매우 슬퍼한다. 그래서 천하의 현명한 선비들을 빠짐없이 등용시키고자 한다. 이로써 학문을 권장하되 강론과 토의로 널리 가르치고, 예절을 일으켜 천하에 모범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박사나 제자들과 협의해서 학문을 널리 권장하여 현명한 인재를 배출시키라.' 원래 하, 은, 주 3대 때는 마을마다 학교가 있었습니다. 이를 하에서는 교, 은에서는 서, 주에서는 상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선은 천하에 널리 알리고, 반면 악은 엄격히 처벌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높은 덕을 밝히고 큰 지혜를 열어서 학문을 권장하고 예를 닦으며 어진 선비를 격려하시고 계십니다. 이야말로 태평성대의 근원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바라옵건대 옛날의 제도를 바탕으로 하여 학문을 부흥시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백성 가운데 예의와 품행이 단정한 자를 뽑아 박사를 보좌하는 제자로 삼게 해 주시고, 어른을 공경하며 언행이 일치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학업의 기회를 주십시오. 그리하여 1년이 지나면 모두 시험을 치르게 하여 뛰어난 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해 주십시오. 그러나 학업을 게을리하거나 재주가 모자라는 자는 즉시 돌려보내십시오. 아울러 예를 다스리는 관리에게도 뛰어난 경우에는 승진과 연전의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이를테면 경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부터 채용하도록 해 주십시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폐하의 가르침과 베푸심이 아래 백성들에게까지 분명히 퍼지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난 무제는, "정말 좋은 제안이오."라고 승인하였다. 이때부터 천하의 뜻있는 사람들이 학문에 정진하게 되었다.
자신을 높이려거든 먼저 낮춰라
언젠가 공손홍은 모든 대신들과 어떤 문제를 논의하다가 이렇게 황제에게 얘기하자고 합의해 놓고는 정작 황제 앞에 가서는 다른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급암이 황제에게 공손홍을 비난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공손홍은 처음에 신 등과 함께 이 계획을 세워놓고는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불충스런 행동입니다." 이에 황제가 공손홍에게 물었다. "이 말이 사실이오?" 그러자 공손홍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신을 아는 사람은 신을 충성되다고 생각합니다만, 신을 모르는 사람은 불충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제는 공손홍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 뒤부터 주위의 대신들이 공손홍을 헐뜯어도 황제는 더욱 그를 총애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승상 다음으로 높은 자리인 어사대부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무렵 한나라는 북쪽 국경 지방의 삭방군에 성을 쌓고 있었다. 이때 공손홍은 그것이 별 필요없는 일에 국력을 소모하게 만들어 결국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 뿐이라며 몇 번에 걸쳐 황제에게 중지하자고 간언했다. 그러자 황제는 주매신 등에게 명령하여 공손홍을 비판케 하고 삭방군을 방어해서 얻는 이점 10가지를 제시하도록 했다. 이쯤되자 공손홍은 한마디 변명조차 않고 이렇게 사죄했다.
"신은 산동의 촌사람이라 그 이익이 그토록 클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삭방군을 튼튼히 다스리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급암이 또다시 공손홍을 비난했다.
"공손홍은 지위가 삼공에 있으며, 그 봉록도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도 베를 이불 삼아 덮고 있으니, 이는 거짓된 행동입니다."
이 말에 황제가 과연 사실이냐고 공손홍에게 묻자, 그는 사죄하며 대답했다.
"급암의 비판은 옳습니다. 지금 조정 대신 중 급암처럼 신과 친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그가 오늘 조정에서 신을 비판했는데, 그것은 참으로 신의 결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신이 3공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베 이불을 덮고 있는 것은 참으로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하여 겉치레를 하며, 이름을 날려 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오나 관중은 재상이 되어 세 부인에게 살림을 차려 주며, 그 사치한 생활이 임금과 맞먹었다고 합니다. 이는 임금에 대해 잘못된 행동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에 비해 안영은 재상이 되었지만 밥상에 두 가지 고기 반찬을 놓지 않았으며, 부인에게 비단 옷을 입히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래로 백성들의 생활을 따른 것이었습니다. 지금 신은 어사대부의 지위에 있으면서 베 이불을 덮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니 3공에서 말단 관리까지 차별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급암의 말과 같은 죄를 짓게 된 것입니다. 만약 급암의 충성이 아니었던들 폐하께서 어떻게 이런 말을 들으실 수 있었겠습니까?"
이 말에 황제는 그의 겸손함을 더욱 높이 평가하여 후대하더니 마침내 그를 승상에 임명하였다. 그 당시 승상은 제후가 아니고서는 임명되지 않았던 것인데, 공손홍이 승상으로 된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공손홍은 이렇듯 겸손하고 또 겉으로 너그러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음흉하고 시기심이 많았다. 자기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에게도 겉으로는 친한 척했지만, 반드시 그를 보복했다. 그래서 주보언을 죽이고 동중서를 귀양가게 만든 것도 모두 공손홍이 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밥상에는 고기를 한 가지 밖에 놓지 않았고 현미로 밥을 지어 먹었으며, 한편 옛 친구나 친한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면 있는 재산을 모두 털어 도와 주었다. 그래서 그의 집에는 재산이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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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지식/생활/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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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안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라 - 이영진
제3부 활성산소 피해를 최소화한다 제 2근위병, 카타라제
SOD는 2개의 수퍼옥시드라디칼을 과산화수소로 변화시킴으로써 항산화기능을 나타낸다고 했다. 이 반응에서 해로운 수퍼옥시드라디칼을 제거하는 것가지는 좋지만, 그 결과 생긴 과산화수소를 그대로 놔 두어도 아무 해가 없을까?
혹시 1부에서 설명한 반응산소종이란 물질을 기억하는가? 프리라디칼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여건만 되면 프리라디칼로 변하는 물질말이다. 과산화수소는 대표적인 반응산소종이다. 만일 그대로 방치하면 그 자체로 SOD에 손상을 주므로 결국 SOD가 무력화될 수가 있다. 과산화수소가 다른 데로 이동하다가 철이나 구리이온과 접촉이 되면 더욱 해로운 히드록시라디칼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수퍼옥시드라디칼을 제거하는 SOD의 반응은 그 결과 생긴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반응과 균형을 이루도록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카타라제라고 하는 물질이 바로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세포방어 제 2근위병이다. 카타라제는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시켜 버리는 강력한 물질이다. 처리해야 할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낮을 때에는 매우 느리게, 반대로 농도가 높을 때에는 매우 빠르게 제거해 준다.
제 1근위병인 SOD와 제 2근위병인 카타라제는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상호 협력한다. 이 균형이 깨져서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카타라제에 비해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SOD작용이 더 크면 세포 손상이 커진다. 또 이들간의 불규형이 여러 질병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 3근위병, 의무병 역할까지 하는 환원형글루타치온과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
세포질 안과 미토콘드리아 속에 자리를 잡고서 세포를 지키는 항산화제 중에 아주 독특한 작용을 하는 근위병이 있다.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와 환원형 글루타치온이라는 항산화제가 그것이다. 우선 이 항산화제는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주된 물질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이미 손상된 세포를 원래 상태로 수리하는 일도 한다. 게다가 해독작용도 하는 등 아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리라디칼 중에서도 가장 독성이 강한 히드록시라디칼의 공격을 받아 손상된 DNA를 복구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환경 유해물질인 벤젠은 환원형글루타치온과 만나면 좀 더 안전한 물질로 바뀌게 된다.
제 4근위병, 셀레니움
셀레니움은 우리 몸에 필요한 광물질의 일종이다. 이것은 제 3근위병인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따라서 셀레니움이 없으면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셀레니움은 중요한 물질이고, 우리가 매일 음식으로부터 필요량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므로 뒤에 다기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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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4. 사림파의 수난
누이동생 난정을 미리부터 멀리했던 정담
정담의 호는 구재이고, 청계군 정윤겸의 서자이며 찬성 정종영의 서숙이다. 그의 동복 누이 난정이 윤원형의 첩으로 계교를 부려 문정왕후의 명으로 부인에 봉해졌다. 난정이 정실로 자처하고 나서자 다른 사람들 또한 화를 당할까 두려워서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정담은 누이인 난정의 그러한 짓들이 기필코 화의 빌미가 될 것임을 미리 짐작하고 스스로 소원하게 지내면서 청탁하러 왕래하는 일이 없었다. 또 살고 있는 집의 대문 안에 양의 창자처럼 꼬불꼬불한 담장을 쌓아 뚜껑이 달린 가마가 드나들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에 난정이 또한 가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드러나게 거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누이와의 인연을 끊겠다는 마음만은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윤원형이 패망하고 난정이 죽는데 이르렀지만 정담은 연루된 바가 없었다. 정담은 문장에 능숙하고 고금의 이치에 통달하였으며 '주역'의 이치를 깊이 알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을 지녔으므로 사람들이이 때문에 그를 더욱 현명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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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주불사 - 말술도 사양하지 않고 마신다는 말이다.
진나라의 말엽, 유방이 진나라의 서울 함양을 이미 함락했다는 말을 듣자 항우는 크게 노하여 유방을 무찌를 작정이었다. 그 낌새를 안 유방은 두려워하여 몸소 항우의 진중을 찾아가 해명하였다. 이로써 항우의 의혹은 풀렸으나 항우의 모신 번증이 이 기회에 유방을 죽일 생각으로 칼춤을 베풀며 유방의 목숨을 노리는 참이었다. 한편 유방의 부하인 번증이 유방의 위급함을 들고 달려와 왼손에 든 방패로 위병을 쓰러뜨리고 오른손의 칼로 막을 걷어 올리며 뛰어들어 항우를 노려보았다. 항우는 이 난데 없는 일에 놀라
"웬 사람이고?" "유 방의 부하 번증이란 자올시다" 하고 겉에서 장량이 일러 주었다. "오 장사로구나, 술을 대접하렸다" 내다 준 말들이 술잔을, 번증은 선채로 단숨에 들이켰다. "안주가 있어야지. 돼지고기 어깨살을 주렴!" 번증은 커다란 날고기를 방패로 받아 칼로 썰어가며 먹었다. 항우도 다소 질리는 기미였다. "대단한 장사로군, 한 잔 더 주랴?"
"죽음조차 사양치 않는 놈이거늘 어찌 말술을 사양하겠나이까? 다만 한마디 여쭙고자 하는 저의 나으리께선 함양에 입성은 하셨으나 차지한 물건을 없으며, 오로지 장군이 오시기를 기다리셨던 것이올시다. 그런데 장군께서는 소인배의 말을 믿으시어 큰 공이 있는 나으리를 해치려 하시다니 망한 진나라의 흉내를 내는 짓으로서 결코 장군에게 이롭지는 않습니다."
유방은 변소에 가는 척하고 자리를 떠 번증과 함께 황급히 사라졌다. 이리하여 '두주불사'란 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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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나비를 낳지 않는다 - 김영웅
2. 관음보살상 앞에서
행각기 1
개구리들아, 너희들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고.
비가 온다. 내리는 비를 두 손으로 막지 못한다. 하늘에 구멍이 너무 많이 뚫어져 있나 보다. 나는 허공의 비가 되지 못하고 빗물처럼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동물코로 큼큼거린다. (아무도 모르게) 살기를 뿜는다. (참회하고) 단단해지는 욕정(참회하고) 이윽고 캄캄한 밤길을 간다.
새새끼들이 들판을 간다. 내가 쫓아간다. 새새끼들은 다 자라지 않은 날개를 파닥이고 나는 또다시 쫓아가고 쫓아가다보면 새새끼들은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나만 땅 위에 남아 있고
언제쯤 나를 공격할 것인가. 들고양이들 여럿이서 밤눈을 밝히고 나를 쫓아온다. 오싹해지는 아름다움.
사람들이 장마로 불어 버린 내를 건넌다. 흙탕물 범벅이 된다. 나도 흙탕물이 되어 '으메 징한 것' 하며 즐거워한다.
누가 들에 불을 놓았나.
연탄불을 갈다 보니 연탄구멍 속에 이는 불꽃은 27개다. 벌겋게 불에 달구어진 집게를 들고 덜 탄 탄을 버리자니 바람에 검불이 날아와 붙으면 불이 날 것 같아 멋쩍게 쓰레기통 옆에서 바가지로 물을 떠 덜 탄 탄을 목욕시킨다. 그래서 하얘지는 연탄.
대장간 일은 즐겁다. (걸망을 내려놓고 나도 한 번 두들겨 보쟀더니 선뜻 망치를 건네준다) 불덩어리로 칼도 만들고 쟁기도 만들고 낫도 만들고 삽도 만들고 문고리도 만들고 대장장이는 아들도 만들고.
똑바로 난 시골길을 가다 지그재그로 가다가 꾸불꾸불 가다가 길이 아닌 풀섶으로 걷는데 날벌레 메뚜기들이 깜짝깜짝 놀라 달아나며 '거 스님 똑바로 가시오'한다.
"스님, 오느라고 욕보셨죠." "그래요, 욕봤습니다."
두 갈래 길목이다. 세 갈래 길목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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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작아지게 된 역사적 사건 21가지 - 박현
20. 사라진 식객문화 1/2
두 부류의 부자
사회과학자들이 꼽는 자본주의 사회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노동의 사회적(공동체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개별적) 성격 사이의 모순'이다. 산업혁명 이후에 끊임없이 발전된 공장제 생산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분업이 촉진되고, 이 과정에서 인간의 노동은 철저하게 공동체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지만, 자본의 사적 소유라는 특징에 따라 공동체적으로 생산된 재화가 자본가 개인의 손에 집중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본주의를 세계적인 생산양식으로 발전시킨 주요한 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의 성격이 공동체적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재화(부)의 집중화 현상은 인류역사의 오랜 고질병이었다. 사회경제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제시한 시대구분의 용어를 빌릴 때, 노예제 사회나 봉건제 사회에서도 부의 집중화 현상은 늘 특징적이었다. 노예제 사회에서 부는 노예주에게 집중되었으며, 봉건제 사회에서는 그것이 봉건영주에게 집중되었던 것이다. 그런 뜻에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표현은 인류역사의 오랜 슬픔이 담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특징을 다른 데서도 찾아보아야 한다. 수많은 임노동자를 하나의 작업장으로 불러모아 공동체적으로 노동시키는 과정에서 사회적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로 말미암아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겉으로나마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즉 민주주의라는 이념의 실현과 자본주의의 발전은 밀접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그 이전 시대의 신분제도가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신분제도의 붕괴와 함께 사회질서를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서 민주주의가 힘을 얻었던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재화가 개인의 손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노동착취를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보는 것도 어쩌면 그런 미완성의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의 편중이 시비거리가 되는 까닭은 자본주의 자체가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제도인 탓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측면은 부의 사용 용도와 관련된 문화적 가치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의 사용 용도에 대한 한국 자본가들의 가치관은 과거의 가치관과 거의 단절되어 있다. 즉 오늘날의 한국 부자(자본가)는 과거의 부자들(노예주나 봉건영주 등)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그 부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 겨레의 부자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식객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자본가에게는 그런 식객문화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기마종족 특유의 정서가 약화된 근조선 이후부터 이런 문화는 차츰 사라졌으며, 자본주의라고 하는 무책임한 사회제도를 앞세운 서구 문명의 파도 앞에서 이제 그것은 지나간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과거의 부자도 오늘날의 부자처럼 대부분 매우 호화로운 생활을 했으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호화로운 생활과 함께 사람을 키우는 데 상당한 투자를 했다. 서양 역사에서 그런 현상을 끌어대는 데는 약간의 문제점이 있지만, 동양의 역사 특히 기마종족의 문화사에서 사람을 키우는 문화는 매우 특징적인 현상이다. 우리 과거의 어떤 시대에도 부유층은 사람을 키우는 데 상당한 재물을 사용했으며, '식객'은 그들의 부를 소비하는 계층이었다. 물론 신분제라는 한계가 한층 뚜렷해지는 시대, 예컨대 근조선에서 '식객'이 주로 평민 이상에 한정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특정한 신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더라도 부자들은 가난한 집안의 아동이나 사회적 기회를 얻지 못한 미완성의 인재 혹은 경제적 생활과 무관한 수련인이나 예술인 등을 식객으로 받아들였다.
부장의 집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생활하는 식객도 있었으며, 자신의 집에서 부자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식객도 있었다. 재능은 있으나 그 재능을 펼 수 없는 아동은 부자의 식객이 되어 그 부자의 또 다른 식객으로부터 기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일정한 능력을 갖춘 식객은 어린 식객들을 가르치는 한편 자신의 능력을 더 개발할 수 있었다. 식객 가운데는 주인과 동등한 대접을 받거나 주인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부자들은 그런 식객을 빈객이나 상객이라 불렀다. 예컨대 자신의 아동과 어린 식객을 위해 교육을 담당하는 식객인 '훈학'은 별채까지 받아 풍족한 삶을 누리면서 경제적 부담 없이 자신의 지적 재능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혜택을 입어 정치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옛 은인에게 은혜를 갚거나, 옛 은인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베풀었다.
신분과 직업의 함수관계
식객문화는 직업에 대한 서열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동양 문화에서 직업은 철저하게 서열을 가지고 있었는데, 교육자나 공직자 및 사상가로 구성된 사(선비)가 가장 위였고, 자연으로부터 먹고 입을 것을 생산하는 농이 그 다음이었으며, 자연을 모방하여 인공적 사물을 생산하는 공이 그 아래였고, 모든 생산물의 유통을 담당하는 상이 맨 아래였다. 물론 살생을 담당하거나 놀이 등 유흥문화를 담당하는 직업은 어떤 경우에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과거 사회는 직업상의 서열이 신분상의 서열과 직결되었고, 신분의 세습을 통해 직업도 세습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사는 직업이기 이전에 높은 신분을 상징했으며, 상도 직업이기 이전에 낮은 신분을 상징했다. 그리고 신분제도의 확립과 함께 직업선택의 자유는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의 서열은 모든 과거 사회에서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상업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은 그 재화의 상당한 부분을 늘 사를 키우는 데 투자했다. 그렇게 해야만 축적된 재화가 자신의 임무를 완결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상위 신분에 의한 하위 신분의 착취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고, 때로 하위 신분의 신분상승 욕구와 관련해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사회를 오늘날의 눈으로만 들여다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먼저 지난날 기마종족이 가졌던 재화에 대한 개념, 즉 재화는 축적됨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데 사용되어야만 자신의 임무를 다할 수 있다는 개념을 이해해야만 한다.
많은 재화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신분상 식객을 키울 수 없을 때, 그는 자신의 재화 가운데 상당한 정도를 적당한 사람에게 맡겨서 식객을 키우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재화로 키워진 식객은 그 사회를 주도하는 인재가 되었다. 사회를 주도하는 인재라고 해서 그들이 모두 이름난 정치가나 학자는 아니었으며, 그들은 사회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할 따름이었다. 때로 이름난 사람들이 식객문화의 그늘에서 성장하기도 했지만, 그의 일생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그런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특별히 내세울 일도 아니라고 여겼으며, 사회적 관행상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탓이다. 그들 자신도 재력을 갖추면 다른 인물들에게 그런 혜택을 베풀었다. 그것이 바로 지난날 공동체 사회의 순환논리였으며, 이러한 순환관계를 맺음으로써 부유층의 호화로운 생활은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전통적 신분제도의 파괴를 전제로 해서 세워진 사회다. 그리고 신분제도의 파괴를 통해 사람의 타고난 억눌림을 해소할 수 있었다. 즉 현대는 인류역사의 고질병인 신분제도를 걷어냄으로써 인간의 평등과 자기 삶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발전된 명제를 실현하려는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신분제도만 파괴한 것이 아니다. 현대는 신분제도의 파괴와 더불어 신분제도의 또 다른 얼굴인 직업질서까지 파괴해버렸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명제가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명제와 직결되어버린 것이다. 직업질서가 파괴되자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질서가 생겨났다. 재화(권력까지 포함)의 보유 정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그가 하는 일의 내용적 가치에 평가되지 않고 그가 보유한 재화의 정도에 따라 평가받게 되었다. 예컨대 연봉이 1천만원인 공직자나 교육자보다 연봉이 1억 원인 유흥업소 주인이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 결과 재화에는 얼굴이 사라졌으며, 재화는 사용 용도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서 완성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재화는 사를 생산하는 일까지 자신의 임무로 삼고 있었지만, 현대의 재화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으며, 재화의 용도는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주관적인 마음에 달려 있다. 재화를 보유한 자본가가 그 재화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해 어느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것이다.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 쓰는데'라는 말은 현대사회의 그런 사정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러다 보니 사를 키우는 식객문화는 저절로 사라지게 되었다. '사'를 키우는 대신 더 많은 재화를 벌어줄 기능인만을 키우며, 교육에 사용될 재화는 자본가가 개인적 특권을 누리는 데 사용된다. 그들은 교육에 재화를 투자할 경우에도 그것을 사업으로만 생각한다.
물론 현대사회의 공공교육은 점차 의무교육으로 바뀌면서 사회적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지만, 재화의 개념이 바로 서지 않는 이상, 그곳에서 성장한 인재는 권력과 재화를 추구할 뿐이다. 실제로 전인교육을 표방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교육이 현실적으로는 개인적 만족과 정치경제적 능력을 실질 목표로 삼고 있지 않는가! 식객문화가 사라진 결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잠재적 능력자들은 사회의 어두운 곳을 헤매게 되었으며, 그들의 잠재적 가능성은 꽃을 피워 보기도 전에 짓밟힌다. 자본가들은 이제 직업적 질서를 무의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본의 위력을 발휘해서 상업적 이윤이 직업적 질서를 대신하도록 만든다. 사회나 인간 본연의 발전과 아무리 깊은 관련이 있어도 자본가는 자신의 이득이 되는 일에만 '투자'할 따름이다.
잠재능력이 모자라도 돈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온갖 억지를 부려서라도 최대한의 교육을 받는다. 자식을 서로 바꾸어 기르기도 하던 기마종족 공동체의 문화는 이제 완전히 짓밟혔다. 식객문화의 본질이 모든 젊은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여기는 공동체 원리인 데 견주어, 오늘날의 교육문화는 공동체의 폐허 위에 버티고 선 이기주의의 소산임을 이 대목에서 확인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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