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8호 2023.3.3 금요일 (음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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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오늘의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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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난 사람은 장님과 바보가 된다.
이성은 사라져버리고 노여움은 지성의 힘을
완전히 억누르며 판단력도 그것의 포로가 되어
기능은 완전히 멎기 대문이다.
ㅡ 피에트로 아레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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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자유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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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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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말하기
울면서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나는 울면서 말을 하지 못한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입이 실룩거리며 울음이 목구멍에 닿으면, 하고 싶던 말을 도무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다. 첫소리부터 컥, 하는 울음소리에 눌려 뭉개진다. 울면서 뱉은 말을 꼽아보면 ‘엄마, 아버지, 어휴, 이게 뭐야, 어떡해.’ 정도. 온전한 문장이 없다. 그러니 울면서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이 부러울 수밖에. 울음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하는 말이니 듣는 이는 어찌 녹아내리지 않겠는가.
아직 동지를 찾지 못했다. 우는 사람한테 가서 ‘할 말이 있는데 우느라 못 하는 거냐’고 묻는 건 너무 냉정하다. 말년에 ‘말없이’ 수시로 울먹거렸던 아버지가 제일 의심스럽지만, 이게 유전적 문제인지는 영원히 미궁이다.
할 말이 있어 말을 꺼냈는데, 울음이 나와 말을 잇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가. 상대는 답답해하지만, 말을 할 수 없으니 이런 낭패도 없다. 어떤 말엔 감정의 손가락이 달려 울음의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삶에 대한 옹호, 인간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 추억 같은 것. 종잡을 수가 없다.
지금으로선, 실컷 울지도, 실컷 말하지도 못한, 다시 말해 어디 한곳에 온몸을 던져보지도, 온몸을 빼보지도 못한, 어정쩡한 삶 때문 아닐까 싶다. 힘껏 우는 근육도, 힘껏 말하는 근육도 키우지 못한 이 허약함. 있는 힘을 다해 진심을 밀어붙이는 간절함의 부족 같은 것. 울면서 말하기가 어렵다면, 슬픔이든 분노든 아픔이든 기쁨이든 온 힘을 다해 울어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깟 말, 없으면 어떠랴.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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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눔 → 시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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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 한용운
두견새는 실컷 운다.
울다가 못다 울면
피를 흘려 운다.
이별한 한이야 너뿐이랴마는
울래야 울지도 못하는 나는
두견새 못된 한을 또다시 어찌하리.
야속한 두견새는
돌아갈 곳도 없는 나를 보고도
'불여귀 불여귀'(不如歸 不如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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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동서양고전/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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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는 법이다 - 사마천
8.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진승, 오광)
좌절된 진격
당시 진나라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던 백성들은 제각기 군수와 현령 등 관리들을 죽이고 진승에게 속속 합류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진승의 군대는 무려 수십 만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 초나라의 곳곳에는 수천 명씩 떼지어 다니는 무장 집단이 있었고, 이들이 일제히 진승에게 호응했기 때문이다. 진승은 그 당시 명망높은 인사였던 무신, 장이, 진여를 시켜 옛날 조나라의 영토를 공격케 하였으며, 옛 위나라 땅에는 그곳 출신인 주시를 파견하여 평정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주력부대는 오광을 부왕으로 삼아 진나라로 진격하도록 명령하였다. 하지만 오광은 형양 지방을 포위한 채 쉽게 승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승상 이사의 아들인 이유가 삼천 군수로 있으면서 방어를 굳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진승은 선비 출신의 참모도 얻게 되었는데 바로 주문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일찍이 유명한 항연 장군의 부하였으며, 또 춘신군을 섬긴 일도 있었던 사람이었다. 원래 진승의 군대에는 선비 출신이 거의 없었던 상태였으므로, 진승은 주문을 얻자 매우 기뻐했으며 그를 크게 신뢰하여 장군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주문으로 하여금 진나라 공격을 담당하도록 명령하였다. 주문의 군대는 진나라로 진격하는 도중에 병력을 크게 증강하여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전차 1천 대, 병졸 수십 만으로 불어났다. 그리하여 주문은 단숨에 함곡관을 돌파하고 희 지방에 진을 쳐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이 때 진나라에서는 장군 장항이 죄인들과 노예로 구성한 부대를 이끌고 나와 맞섰다. 그런데 이 전투에서 실전 경험이 부족했던 주문은 적은 군사로 너무 깊숙이 적진으로 들어감으로써 장한 군대의 반격에 말려 3개월을 버티다가 패했으며, 다시금 면지 지방까지 철수하게 되었다. 면지 지방에서도 10여 일간 싸우다가 결국 패배한 주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병사들은 흩어져 버렸다.
반란군의 분열
한편 조나라 공격을 명령받았던 무신 일행은 조나라 평정에 성공하자 진승과 상의도 없이 스스로 조나라 왕이라 칭하고 진여를 대장군에, 그리고 장이를 승상에 임명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진승은 크게 노하여 그들의 남아 있던 가족들을 잡아들여 처형하려 했다. 그러자 신하들이 말렸다.
"지금 큰 적인 진나라도 아직 무찌르지 못했는데, 그들의 가족을 죽이는 것은 적을 또 하나 만들뿐입니다. 차라리 기분좋게 승인해 주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 말을 들은 진승은 사신을 파견하여 무신의 즉위를 축하하고 그 가족들도 잘 대해 주었다. 그런 후 진승은 무신에게 즉시 진나라 공격에 나설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자 무신은 회의를 소집하여 방법을 논의하였다. 그 자리에서 부하들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 폐하께서 즉위하신 일을 진승은 결코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만약 진나라를 멸망시킨다면 반드시 그 공격의 방향이 우리 나라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차라리 북쪽의 연나라를 평정하여 세력을 확대하는 편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비록 진승이 진나라를 멸망시킨다 하여도 우리 나라를 쉽게 공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의견에 동조한 무신은 연나라 출신이었던 한광에게 많은 군사를 주어 연나라 평정의 임무를 맡겼다. 그런데 한광이 연나라를 평정하자, 그곳의 유지들이 한광에게 간청하고 나섰다.
"초나라와 조나라에는 이미 왕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기회에 우리 나라에도 왕이 계셔야 합니다. 바라옵건대 장군께서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십시오."
한광은 몇 번이나 사양했지만, 결국 그 뜻을 받아들여 연나라 왕에 즉위하였다. 그리고 위나라 공략에 나섰던 주시는 위나라 평정에 간신히 성공했는데, 그곳에서도 주시를 왕으로 세우려는 운동이 일어났다. 주시는 한사코 사양하다가 결국 옛날 위나라 왕손이던 구를 대신 왕으로 세우고, 자신은 재상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반란군은 제각기 독립하여 분열되어 버렸다.
한 점 불꽃이 광야를 불사르다
한편 반란군들이 뿔뿔이 흩어져 진승의 군대에 패색의 기운이 감돌자 갖가지 음모가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형양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오광의 부하들 중에서는 오광을 없애려는 음모까지 생겨났다. 어느 날 오광의 부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장이라는 장수가 이렇게 제의했다.
"엊그제 주문의 군사도 대패하여, 주문이 자결하였다. 그 주문을 이긴 장한의 군대는 반드시 이쪽으로 쳐들어올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이곳 형양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장한의 군대가 나타난다면 우리 패배는 불보듯 뻔하다. 우선 형양을 포위할 병력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정예군은 장한의 공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이다. 바로 오광이란 작자이다. 그 작자는 욕심만 태산처럼 많을 뿐, 병법에는 일자무식이다. 도무지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우선 오광부터 없애야 한다. 오광이 있는 한, 우리는 개죽음 당할 뿐이다."
이 제의에 나머지 장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즉시 행동을 개시하여 오광을 죽이고, 그 머리를 진승에게 바쳤다. 진승은 매우 화가 났으나 모든 장수들이 들고 일어난 일인지라 할 수없이 전장에게 장군의 자리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전장은 정예군을 이끌고 형양성을 빠져 나가 장한의 군대와 일전을 벌였다. 그러나 전장은 여지없이 패하고, 자신도 전사했다. 전장을 격파한 장한은 여세를 몰아 진승의 척후대를 궤멸시켰으며, 계속하여 진승의 본부대까지 공격해 들어왔다. 이에 진승도 손수 출전하여 독려했으나,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크게 패배한 진승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승은 자신의 수레를 끌던 마부 장가라는 사람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말았다. 장기는 진승을 죽인 후 진승의 시체를 들고 진나라에 항복했다. 그러나 얼마 후 진승의 부하였던 장군 여신이 다시금 군대를 조직하여 점령당했던 영토를 되찾고 장가를 처형시켜 원수를 갚았다. 그리하여 진승은 왕이 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진나라를 멸망의 길로 빠뜨린 주역이었다. 실제 그가 각 지방에 파견했던 장군들이 곳곳에서 진나라를 격파하고 있었다. 비록 그는 스스로 완성을 시키지는 못했지만 진나라 붕괴의 서막을 열어젖히는 반란의 불꽃을 피워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 불꽃은 유방에 이르러 천하제패의 결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방은 천하 통일 이후 진승의 묘를 크게 짓고 제사도 성대히 모시도록 하였다.
옛 친구를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
진승이 왕으로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일찍이 머슴살이를 할 때 함께 일했던 옛 친구 하나가 진승이 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그는 궁궐의 문을 두드리며,
"진승을 만나고 싶다."라고 청했다.
"웬 놈이냐. 냉큼 사라지지 못할까."
수문장의 서릿발 같은 호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그 친구는 자기가 진승과 매우 친했다는 등 계속 떠벌렸다. 하지만 수문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 친구는 계속 문 앞에 있다가 외출하려는 진승을 보았다.
"승! 날세."
진승도 그를 금방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자기 수레에 그를 태워 궁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궁궐을 처음 본 그 친구는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기막힌 곳이구나. 승이도 정말 출세했군. 도대체 이 집은 어디까지 계속되는 거야?"
진승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날부터 그 친구는 마음대로 궁궐을 출입하며 멋대로 행동했다. 또 아무에게나 진승과 같이 머슴살이 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녔다.
이윽고,
"그 시골 사람은 곤란합니다.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지껄이고 다녀 대왕의 위엄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진승은 결국 그 친구를 잡아 처형시켜 버렸다. 그러자 진승의 옛 친구들은 모두 궁궐에서 자취를 감추고, 진승은 외로운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진승은 주방과 호무라는 두 사람에게 감찰업무를 맡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무슨 일이든 엄격하게 문초하는 것이 충성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장군이 승리하고 돌아올 때에도 왕의 명령을 완전히 따르지 못했다고 죄인으로 취급하여 포박하려고 덤빌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진승은 무조건 신뢰하였다. 그래서 모든 장군들이 진승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이것이 진승의 패인이었던 것이다. 실로 가까운 친구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천하를 얻을 수 없다는 옛말은 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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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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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신성인(殺身成仁)
殺:죽일 살. 身:몸 신. 成:이룰 성. 仁:어질 인.
[출전]《論語》〈衛靈公篇〉
몸을 죽여 어진 일을 이룬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 또는 대의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말.이 말은 춘추 시대, 인(仁)을 이상의 도덕으로 삼는 공자(孔子)의 언행을 수록한《논어(論語)》〈위령공편(衛靈公篇)〉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志士仁人(지사인인)]
삶을 구하여 ‘인’을 저버리지 않으며
[無求生以害仁(무구생이해인)]
스스로 몸을 죽여서 ‘인’을 이룬다.
[有殺身以成仁(유살신이성인)]
공자 사상의 중심을 이루는 ‘인’의 도는 제자인 증자(曾子)가《논어(論語)》〈이인편(里仁篇)〉에서 지적했듯이 ‘충(忠)과 서(恕)’에 귀착한다. 부자(夫子:공자에 대한 경칭)의 도는 ‘충’‘서’일 뿐. [夫子之道 忠恕而已矣(부자지도 충서이이의)]
‘충’이란 자기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고, ‘서’란 ‘충’의 정신을 타인에게 미치게 하는 마음이다. 증자는 공자의 ‘인’이 곧 이 ‘충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았다.
[주] 증자: 춘추 시대 의 유학자(儒學者). 이름은 삼(參), 자(字)는 자여(子與). 높이어 증자(曾子)라고 함. 공자의 제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으나 효성이 지극하고 행동거지(行動擧止)가 온후 독실(溫厚篤實)해서 죽을 때까지 몸에 작은 상처 하나 남기지 않았다고 함. 공자의 덕행과 학설을 정통으로 주술(祖述)하여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孔汲)에게 전했음. 맹자는 자사의 계통을 이은 것으로 알려짐.《효경(孝經)》의 저자라고 알려짐.(B.C. 50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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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삶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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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둘 - 생활속에 피어나는 웃음안개
사우나 고스톱
이종환씨, 지금부터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도 코가 좀 크걸랑요. 하지만 형님께 비하겠습니까. 이해해 주십시오. 오늘 소개 드리는 글은 자랑스러운 제 친구들에 관한 겁니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논두렁 정기가 아닌 산좋고 물좋은 소백산 정기를 받고 단양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정기가 좋으니 인생이 얼마나 잘 풀렸냐구요? 아닙니다. 그냥 정기만 좋았습니다. 그런데 형님, 혹시 백수 생활 해보셨습니까? 없으시면 다음에 한 번, 오래는 마시고 일정기간 해보는 것도 꼭 낭비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그러니까 저와 제 친구들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하기 직전, 일부는 취업을 하고, 대부분은 '단백련(단양 백수 연합회)'의 일원으로 있을 때의 사건입니다. 등장인물은 전투지원 중대 출신의 저, 수색대 출신의 장씨, 경비대 출신의 엄씨,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특공대 출신의 지씨. 모두 4명입니다. 사건이 있던 전날 평상시와 다름없이 백수들이 뭐 할 일이 있겠습니까? 고돌이나 잡으면서 소주잔도 기울이면서 이렇게 취업이 안되는 것은 문교부 정책이 잘못돼서 그렇다는 둥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죽였습니다. 결국 그날 밤도 늦게 잤으니 다음날은 늦잠을 자고 11시에 다시 모였습니다. 그리곤 할 일도 없으니 사우나나 가자고 장씨가 제의를 했습니다. 백수들을 모두 아무 이의없이 목욕탕으로 갔습니다. 가보니 여름이라 그런지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고 그저 우리들 세상이었습니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 장씨가 또 제의를 하더군요.
"야, 우리 아무도 없는데 사우나에 들어가서 고스톱이나 치자."
사우나에 들어가서 고스톱을 치자니, 거기가 어딥니까. 거기가 어딘데, 거기서 그걸 치자는 겁니까. 그런데, 하나같이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 동의를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무식이 종점도 없는 고열'사우나 고스톱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형님, 사우나 안에서 고스톱 쳐본 적 있으십니까? 아주 절묘합니다. 없으시면 다음에 형님하고 맹씨하고 지금 밖에 있는 PD선생님하고 한번 도전을 해보십시오. 최유라씨는 미련이 많이 남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남녀 혼탕이 없잖습니까. 억울하지만 좀 참아주십시오. 게임의 조건은 체력으로 못 버티고 사우나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해장국과 저녁때 소주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15분 동안은 정말 재미있게 쳤습니다. "야, 대한민국에 사우나 안에서 고스톱 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요렇게 객기를 부렸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있는 거라곤 시청앞 분수대밖에 없는 놈들이 사우나 안에서 땀 삐질삐질 흘리며 신문지 깔고 고스톱 치는 모습을요.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형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상황에서 돈을 따면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우선 지폐를 따면 앞가슴에 한 장 붙입니다. 또 따면 배에다 붙입니다. 많이 따면 어떻게 되냐구요? 어떻하긴 어떻합니까. 분수대에도 붙여야죠. 동전은 이마에다 붙이면 확실합니다. 절대 안 떨어집니다. 그러나 20분이 지나자 온몸에 열은 올라가죠, 화투는 땀에 젖어 잘 쳐지지도 않죠. 그래서 다시 합의를 봤습니다. 고스톱은 3명이 치니까 광을 팔거나 죽은 사람은 나가서 찬바람을 마시고 들어오기 말입니다. 그런데 재수없는 놈은 되는 게 없었습니다. 다들 교대로 나갔다 오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지씨만 사우나 제일 안쪽에 앉아서 계속 나가질 못한 겁니다. 왜냐구요? 지씨는 용감하게도 계속해서 1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3점, 5점, 나가리, 또 3점. 이런 식으로 점수가 나니 죽을 수도 광을 팔 수도 없었습니다. 지씨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갔습니다. 호흡은 점점 거칠어지고, 땀은 비오듯하고 온몸에 붙어 있던 돈들도 다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로지 악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잃은 놈들은 따겠다고 그냥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때, 구세주가 한 분 나타나셨습니다. 다름아닌 목욕탕 주인아저씨였습니다. 보통때 같으면 20분이나 30분 만에 나오는 놈들이 1시간이 돼도 안 나오니까 궁금해서 들어온 겁니다. 그랬는데, 탕 안에 아무도 없으니까 이상할 거 아닙니까? 사우나를 보니 사경을 헤매는 놈들이 몸에다 돈을 붙이고 고스톱을 치고 있으니 정말이지 백수 같은 놈들이라고 욕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끌려나온 우리들은 바로 탕바닥에 댓자로 뻗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날 저녁 우리들은 또 모였습니다. 인원 점검을 해보니 특공대 출신의 지씨가 안 나온 겁니다. 전화를 했더니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더라구요.
"짜식 특공대 출신이 그 정도 체력밖에 안돼!"
청취자 분들은 이렇게 얘기하시겠죠. 하지만 우리의 지씨는 그 정도밖엔 안됩니다. 우리 동네 특공대 출신이거든요. 마지막으로 형님, 명퇴 조퇴 황퇴가 횡횡하는 요즘 백수 여러분들께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참고 기다리면 분명히 좋은 날들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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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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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 마루야마 겐지
내 가슴속에 구멍이 뻥 뚫린 때가 어쩌면 자유로운 삶의 입구로 가는 문이 열린 순간이 아니었을까.그 가늠할 길 없는 허망함 속 으로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면 반짝이는 인생을 영위할 수 없지 않았을까. 몇 번이고 거듭 말하지만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인생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시간도 공간도 전부 내 것이 아니면 안되었다. 사회적 도덕적 제약 같은 것은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다른 인간들처럼,나 또한 진지하게 숙고한 다음 이 세상에 발을 내디딘 것은 아니다. 부모가 결정한 일이지만 그들 또한 그리 심각한 의미로 나를 만든 것은 아니리라. 결혼을 했으니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혹은 또 당시는 전쟁중이었으니 영웅의 어머니가 되고 싶어 낳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정도의 이유라면 딱히 은혜를 느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너를 낳아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고 말하는 부모들을 많이 보는 데,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심사를 의심한다. 낳아 키웠다'는 말 다음에 올 말은, '그러니 우리가 늙으면 너희들이 우리를 돌보아야 한다'일 것이다. 이 무슨 염치없는 말인가.불순하고 타산적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다고 여겨지는 어버이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고 의심스러워진다. 미래에 있을 보답을 내다보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라니, 동물세계에서는 인간뿐이다. 동물은 자기 새 끼에게 아무런 보답도 기대하지 않는다. 낳아서 기를 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이 말은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혹은 '너를 위해 하는 고생이다'라고.정말 그럴까.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회사-어떤 회사인지는 모르겠으나-에 취직하는 길만이,진정 자식을 위한 인생길인가.물론 그렇지 않다고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런 코스를 밟아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으므로. 다만 거슬리는 것은 부모들의 속마음이다. 네가 안정된 생활을 하고 나아가 조금이라도 출세를 해준다면 우리들 인생도 함께 풍요로워질 것'이란 꿍꿍이 속이 있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혹은 '우리가 다 이루지 못한 꿈을 네가 이루어야만 한 '고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망상이다.
자식의 인생에 편승하기 위하여 이러니저러니 잔소리를 하는 부모는 추악하다. 부모에게는 부모의 인생이 있어 마땅하다. 자식이 눈을 돌리면 제 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인생이어서는 곤란 하다. 자식과 인생을 함께한다는 뻔뻔스러운 생각은 구역질나는 타산 덩어리라 여기고 지금 당장 내동댕이쳐야만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자식은 부모에게 밥 이상의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을 기대하면 자기만의 인생을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 된다. 자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시켜주면 그것으로 부모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정도로도 충분히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한 사람의 온전한 인간이므로. 자식이 대학에 가고 싶어하고 부모 역시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 주기를 바랄 경우,그것은 거래다. 자식이 어떻게든 대학에 가고 싶다면서 울고 매달리며 학비를 원조해달라고 한다면 자식이 부모에게 빛을 지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부모가 제시하는 조건으로 빛을 변상해야만 한다. 반대로 부모가 자식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요청한 경우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빛을 진 셈이 된다. 따라서 학비는 물론이고 용돈까지 무조건 내놓고,그 다음 은혜를 베풀었다는 따위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브라질로 이주한다는 꿈이 부풀 대로 부풀었을 때 멜빌의 『백경』 과 조우하였다. 그 책은 아버지가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책 가운데 유일한 외국 문학이었고. 또 유일하게 제대로 된 책이었다. 당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버지가 아주 좋아하는 일본 문학은 내가 어 른들의 세계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저 시간을 죽이기 위한 시시한 것들뿐이었다. 요컨대 인텔리의 아니꼽기 짝이 없는 나약한 고뇌가 주절주절 씌어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내자식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소리를 질러주고 싶었다. 감동 느낄 만한 요소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백경』은 달랐다. 나는 정신없이 그 책을 읽었고. 그리고 감동했다. 문학의 위대함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말해도 좋다. 피가 들끓었다. 사내 자식이라면 에이헙 선장처럼 살아야 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자신을 그런 삶에 근접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바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원이 되는 길밖에 없었다. 그러나 산골짜기에서 자란 나는 바다와 바다에서의 생활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갖고 있지 않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야 진짜 바다를 보았고, 그것도 일본해를 힐끗 보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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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과학/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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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운명 빅뱅과 그 이후 - 트린 후안 투안
제4장 별의 탄생과 죽음
핵융합이 만든 원시별들:요람 속의 아기 별들
최초의 별이 출현한 것은 우주 탄생 후 20억 년이 지나서이다. 중력이 발생기 은하들을 붕괴시켜 수소와 헬륨으로 된 수천억 개의 덩어리로 갈라지게 했다. 이 가스 덩어리들은 자체 중력에 의해 다시 수축해 고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점차 중심 쪽으로 물질이 모여서 단단해져, 밀도가 물의 160배에 이르게 되었다. 중심부의 온도는 수천만 K까지 급격하게 올라갔다. 빅뱅 이후 단 몇 분 동안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 원자들은 공 모양의 가스 구름 중심부에서 좌충우돌하며 서로 부딪혔다. 덕분에 전자, 수소의 핵(양성자), 헬륨의 핵이 원자의 속박에서 풀려났다. 이 시나리오는 우주가 생긴 지 3분 만에 일어난 일을 상기시킨다. 자연은 극도로 높은 열과 밀도로 인해 다시 한번 그 자랑거리인 핵융합에 빠진다. 양성자 4개가 모여 헬륨 핵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복사의 에너지가 방출되었다. 양성자의 질량 일부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을 만큼 온도가 올라가자 마침내 원시별의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헬륨 핵은 4개의 양성자를 합한 것보다 질량이 약간 가벼운데, 이 질량의 차가 에너지로 바뀌었고 이 에너지가 압축된 공 모양의 가스 덩어리에 불을 붙여 본격적인 별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제, 원시 은하들은 별들의 거대한 요람이 되었다.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공 모양의 가스 덩어리는 즉각 수축이 중단되었다. 원시별을 유지해 주는 내향의 힘인 중력이, 이에 대항해 원시별을 바깥으로 팽창시키려는 외향의 복사압에 위해 정확히 상쇄되기 이른 것이다.
별의 초상화 : 위리의 태양
태양은 약 46억 년 전 우리 은하 내의가스 구름이 중력 붕괴를 시작하면서 태어났다. 이 중력 붕괴는 근처의 별이 폭발로 죽음의 고총(초신성)을 맞으며 시작되었을 것이다. 태양은 그 근본 물질인 가스와 먼지 구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빛과 에너지의 근원이 되어 주위의 9개의 행성으로 따뜻한 열을 끝없이 보내주었다. 마침내 그 덕분에 9개의 행성 중 우리의 푸른 지구에서 생명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태양은 가까이에서 보면 참으로 장관이다. 중심부의 뜨거운 가마솥 덕분에 6000K로 달궈진, 이글거리는 표면은 지름이 수천 ㎞나 되는 수천 개의 거대한 가스 조각으로 갈라져 있다. 쌀알 무늬라고 하는 이 조각들은 몇 분에 불과한 생사의 주기에 따라 솟아났다가 사라져버린다. 갈릴레이가 최초로 발견한 흑점은 지름이 수만 마일로, 크기가 작은 행성과 크기가 맞먹는다. 흑점은 온도가 2000K로, 태양 표면 온도보다 낮아서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태양 표면에서는 강력한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태양은 그 에너지를 어딘가로 방출해야 한다. 그래서 때때로 한 무리의 흑점이 불쑥 나타나고, 불꽃의 혀가 날름거리고, 폭발한 물질이 우주 공간을 향해 쏟아져 나간다. 이중 일부는 자기장에 붙잡혀 태양 표면을 향해 활모양으로 휜 멋진 빛의 고리를 만든다. 이런 격렬한 폭발은 양성자와 전자의 다발을 우주 공간으로 쏟아붓는데, 이것들은 태양의 밴 바깥층에서 외부를 향해 쏟아져 나가는 대전된 입자들인 태양풍과 합쳐진다.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우주
수소 공급이 끝나가면서 별 중심주에는 헬륨이 점점 많아진다. 복사에 의한 압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중력이 우세해진다. 별의 헬륨 중심부를 둘러싼 수소 껍질의 밀도와 온도가 높아질 뿐만아니라 헬륨 중심부의 온도와 밀도도 높아진다. 마침내 껍질층은 온도가 1000만K에 이르게 되어, 다시 한번 수소 핵융합이 시작된다. 새롭게 불타는 수소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내면서 별은 처음 크기의 수백 배로 부풀며 붉은 빛을 내게 된다. 이것이 적색거성이다. 수소도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당연히 바닥이 난다. 연료가 부족해진 헬륨 핵은 더욱 수축되고, 중심부에서는 1억K가 넘는 열이 발생해 헬륨의 연소가 시작된다. 헬륨 핵 3개가 뭉쳐서 탄소 핵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탄소 원자핵 한 개의 질량은 그것을 이루는 데 쓰인 3개의 헬륨 원자핵을 합친 것보다 약간 가볍다. 바로 그 질량의 차이가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헬륨층이 별의 내부에서는 파괴되면서 왜 빅뱅이 일어날 때는 파괴되지 않았을까? 3개의 헬륨 핵이 핵융합을 하는 데는 엄청난 압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그럴만한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물질들은 우주 공간 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가 버렸다. 그래서 헬륨 핵융합의 가능성은 빅뱅 이후 3분 만에 이미 0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적색거성 내에서는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물질이 희박해진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적색거성 단계에서는 열 핵반응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수십억 년이 흐른 것이다. 별들은 이미 우주의 도가니가 되어, 생명체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온갖 종류의 화학 원소들을 만들고 있었다. 마침내 불인 상태의 우주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루기 힘든 원소인 철
별에서 일어난 연금술로 수백만 년 만에 20종이 넘는 새 원소가 만들어졌다. 헬륨이 고갈되면 탄소가 타면서 산소가 만들어지고, 탄소가 떨어지면 산소의 연소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해서 네온, 마그네숨, 알루미늄, 황 등 무거운 원소가 차례로 만들어졌다. 철이 등장할 무렴, 별 중심부는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화학 원소들의 창고가 외었으며, 우리 몸을 이루는 데 필요한 원자들의 90% 이상이 생겨났다. 그중 에서도 철은 별이 만들어내는 것 중 가장 특별할 작품으로, 26개의 양성자와 30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졌다. 철은 그보다 앞서 합성된 원소들과는 달리 핵연료로 사용할 수 없다. 철이 포함된 열 핵반응은 에너지를 만들지 않고, 대신 에너지를 완전히 써버리기 때문이다. 연료가 바닥나면 별은 에너지의 생산을 멈춘다. 중력을 상쇄하는 복사압이 없어지면, 별은 붕괴하여 최후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백색왜성과 흑색왜성
별에도 경량급과 중량급이 있다. 가장 작은 별은 질량이 태양의 1/10에 불과하지만, 가장 큰 별은 태양의 1000배에 이른다. 이런 별들은 조용히 최후를 맞거나 급작스럽게 최후를 맞는다. 태양의 미래는? 우리의 후손이 찾아야 할 새로운 태양은? 지금으로부터 90억 년 후, 핵연료를 다 사용한 태양은 자체의 중력 때문에 지구만한 쪼그라든다. 지름 1만㎞ 정도의 난쟁이 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별이 쪼그라들면서 생긴 에너지가 열로 전환되어 별의 온도는 더욱 높아진다. 즉 고온의 흰색 별, 학문적인 용어로 백색왜성이 된다. 백색왜성의 내부에 뭉쳐 있는 물질은 초고밀도의 상태로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부피면 가볍게 1톤이 된다. 한편 별 중심부가 수축하는 동안 바깥층은 우주 공간 속으로 떨어져 나간다. 중앙의 백색왜성 덕분에 빛을 내게 되는 바깥쪽의 가스성 물질은 적색, 녹색, 황색으로 어우러진 고리처럼 보인다.(이것을 행성상 성운이라고 하는데, 이 현상은 행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용어이다.) 태양이 이 단계에 이르면, 결국 우리의 후손들은 에너지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 이전에 새 태양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읽었던 은하 식민지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백색왜성은 수십억 년 동안 자체의 열을 복사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눈으로 볼 수 없는 흑색왜성으로 변해, 광막한 우주에 깔려 있는 별들의 시체, 즉 연소를 끝낸 무수리 많은 별들의 시체 가운데 한 자리를 얻게 된다. 그때쯤에는 행성상 성운도 흩어져서, 한 때 이글거리던 별의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이 우주 공간으로 분산되어 버릴 것이다. 질량이 태양 질량의 1.4배가 안 되는 별들에게는 모두 이와 같은 지루한 최후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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