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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호 2023.1.10 화요일 (음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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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오늘의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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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짜내려고 애쓰기보다는 먼저 성실하라.
사람이 지혜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일은 적다.
사람에게는 늘 부족한 것은 성실이다.
성실하면 지혜도 생기지만
성실치 못하면 있는 지혜도 흐려지는 법이다.
*디즈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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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자유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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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과 보화가 가득 차 있을지라도
언제까지나 그것을 지켜낼 수는 없다.
부귀한 지위에 만족하고 교만에 차 있으면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
공을 이루고 이름을 떨쳤으면 몸을
빼는 것이 하늘의 도(道)이다.
- 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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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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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눔 → 우나라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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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968.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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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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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식재상(伴食宰相)
伴:짝 반. 食:밥/먹을 식. 宰:재상 재. 相:서로 상.
[동의어] 반식대신(伴食大臣).
[유사어] 시위소찬(尸位素餐). 녹도인(祿盜人). 의관지도(衣冠之盜)
[출전]《舊唐書》〈盧懷愼傳〉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무능한 재상(대신)을 비꼬아 이르는 말.
당나라 6대 황제인 현종(玄宗)을 도와 당대 최성기(唐代最盛期)인 ‘개원(開元)의 치(治)’를 연 재상은 요숭(姚崇)이었다. 개원 2년(713), 현종이 망국의 근원인 사치를 추방하기 위해 문무 백관의 호사스런 비단 관복을 정전(正殿) 앞에 쌓아 놓고 불사른 일을 비롯, 조세와 부역을 감하여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고, 형벌 제도를 바로잡아 억울한 죄인을 없애고, 농병(農兵) 제도를 모병(募兵) 제도로 고친 것도 모두 요숭의 진언에 따른 개혁이었다. 이처럼 요숭은 백성들의 안녕을 꾀하는 일이 곧 나라 번영의 지름길이라 믿고 늘 이 원칙을 관철하는 데 힘썼다. 특히 정무재결(政務裁決)에 있어서의 신속 적확(迅速的確)함에는 그 어느 재상(宰相:大臣)도 요숭을 따르지 못했는데 당시 황문감(黃門監:환관 감독부서의 으뜸 벼슬)인 노회신(盧懷愼)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회신은 청렴 결백하고 근면한 사람이었으나 휴가중인 요숭의 직무를 10여일간 대행할 때 요숭처럼 신속히 재결하지 못함으로 해서 정무를 크게 정체시키고 말았다. 이 때 자신이 요숭에게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체험한 노회신은 매사를 요숭에게 상의한 다음에야 처리하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회신을 가리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무능한 재상[伴食宰相]’이라고 냉평(冷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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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삶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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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하나
추억이라는 이름의 웃음여행
우리 삼순이, 책임져! - 오창선(여,대구시 서구 중리동)
저는 기찻길 옆 조용한 마을에 사는 주부입니다. 촌동네에 사는 제게도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죠?
재작년 여름 무더위가 극도로 기승을 부리던 때, 남편은 순하고 살이 오통통하게 오른 변견 한 마리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보신용이냐구요? 아닙니다. 경비용입니다. 대구의 무더위를 잘 아시죠? 그나마 창문 현관문 있는 대로 다 열어 놓으면 한증막은 면하는데, 밤손님이 무서워 꼭꼭 닫고 자다보니 너무 더워서 잠도 설치고 어떨 땐 숨이 다 막힐 지경이더라구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도 괜찮을 방법으로 생각하던 게 누가 대문 근방에만 얼씬만 해도, 담만 넘봐도 요란스레 짖어댈 개를 사다놓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삼순이가 온 것입니다. 삼순이는 우리 변견 이름입니다. 남편은요, 사람을 물어뜯어 놓으면 치료비를 물어줘야 할 테니, 그냥 짖기만 하는 개, 그것도 인기척만 나면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개가 최고라며 순둥이에다 겁쟁이인 개를 사온 겁니다. 심장 강한 놈은 도둑이 월장을 해도 지 먹이만 안 건드리면 '그까짓 것' 하며 봐준다나요. 그러나 남편의 굳 아이디어는 다음날로 종쳤죠. 삼순이는 밤에는 아예 지 집에서 숨죽이고 엎드렸고, 낮에도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면 사정없이 꽁지를 확 내리고 집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으니까요. 기껏해야 낑낑대는 정도지 절대 짖어대는 법이 없는 겁니다. '그러면 그렇지, 누가 변견 아니랠까봐.' 남편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쩌겠어요. 워낙에 겁많은 놈을 사온게 죄지.
그런데 이웃집엔 진돗개가 있는데, 남편은 이번엔 그런놈을 사오겠다고 별렀지만, 금액이 수십만원 나간다는 소리에 엄두도 못 내는 눈치였습니다. 남편은 가끔 그 집 앞을 자나다 열린 대문으로 늠름하게 서 있는 진돗개를 보기라도 하면, 삼순이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숨을 푹푹 쉬며 말한답니다.
"삼순아, 삼순아, 니 왜 사노?"
그러던 남편에게 야무진 꿈이 생겼습니다. 이웃집 진돗개에게 삼순이를 시집보내서 진돗개 새끼를 얻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서너 마리 낳으면 그중에 한 마리는 아빠 닮은 놈이 있을 것이구만."
정말 야무졌죠. 어느 날 남편은 삼순이를 목욕시키더니 귀뒤에 딸아이 꽃머리핀까지 꽂아서 진돗개네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는 개자랑이라도 하듯 늘 대문이 열려 있는 그 집에 삼순이를 들여보냈습니다. 그러나 삼순이는 낑낑거리며 남편에게 엉겨붙기만 하고, 진돗개는 어디 똥개 하나 왔나, 소 닭 보듯 하더랍니다. 상심한 남편은 그냥 돌아왔고, 이번에는 슈퍼에 가서 오징어 한 마리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더니 구워서 다리 하나를 삼순이한테 먹이고, 또 하나를 뚝 떼서 삼순이 꼬리하고 등에다 마구 문지르는 겁니다. 이름하야 '향수작전' 이래나 뭐래나. 그런 후 삼순이를 다시 데리고 그 집에 가서 대문안에 밀어넣고 아예 대문을 닫아주고 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도무지 성공할 것 같지가 않아서 한마디 했습니다.
"아무리 개라도 보는 눈이 있는데 삼순이가 진돗개 눈에 차겠나?"
남편은 그 말에 이러는 겁니다.
"결혼은 다 눈에 뭐가 덮어씌어서 하는기라. 나를 봐라."
"뭐라꼬, 이 문디!"
은근히 사람 열바치게 하는 그 말에 코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더운 날 싸워봤자 땀만 더 날 것 같아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 그랬더니만 향수 바르고 진돗개 집에 간 삼순이가 앞집 땅개랑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게 아닙니까. 키가 유난히 작은 땅개는 죽으라고 삼순이의 꼬리며 등에 올라타 핥고 있었습니다. 죽 쒀서 개 준 거죠, 뭐. 그날 이후 대문만 열리면 땅개는 우리 집에 놀러왔고, 삼순이도 틈만 나면 땅개네 집에 갔는데, 남편은 여전히 일요일마다 열심히 오징어 향수를 삼순이한테 발라 진돗개네 집에 밀어넣고 문을 닫고 오곤 했습니다. 여러 날들이 지난 어느 날 삼순이를 진돗개에게 데려다 주고 온 남편은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서 말하더군요.
"봐라, 이제사 둘이 정이 든기라. 삼순이가 아예 나는 쳐다도 안 보고 그 집에 들어가는기라. 이제 그기가 신랑집이고 신랑집이 지집이다 이거제."
그러나 저는 알고 있었죠. 삼순이는 그 집 뒷담에 난 개구멍으로 빠져 나와 쪼르르 땅개에게 직행하나다는 것을. 그러나 차마 말을 못하겠더군요. 가을이 접어들자, 남편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삼순이가 새끼를 뱄거든요. 남편은 진돗개네 집 앞을 지날때마다 '흐흐흐' 웃으며, 승리의 브이자를 그려 보였습니다. 그러면 진돗개가 이러는 것 같다나요.
"내 새끼들을 부탁해용!"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러는 것 같았습니다.
"미친놈."
남편은 삼순이가 유산이라도 할까봐 못 돌아다니게 꼭 묶어놓은 채 통닭이며 생선을 우리 먹을 것에서 뚝 떼어다 열심히 거둬 먹였고, 나날이 배가 불러가던 삼순이는 어느 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끙끙거렸습니다. 너무나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가축병원에 데려갔더니,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더군요. 돈까지 들여가며 수술 끝에 태어난 네마리의 삼순이 새끼들. 남편은 그날 우리집 앞을 서성거리는 땅개를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습니다.
"이놈아, 수술비 내놔, 이놈아. 우리 삼순이를 꼬셔서 새끼를 배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이놈아."
그리고는 진돗개네 집 앞을 지날 때면 꼭 한마디 했습니다.
"병신!"
그러나 남편에게 삼순이가 영 실망만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끼를 낳고 부터는 누가 제 새끼 데려갈까봐 나뭇잎만 바스락거려도 짖어댔으니까요. 한번 목이 터지니까, 잘 짖대요. 작년 여름부터는 저녁마다 남편이 소릴 지르더군요.
"여보, 이젠 현관문 열어, 창문도 열고. 어이, 옆방 이씨도 문열고 자, 활짝 열고 자. 이제 우리 삼순이가 안 있나."
사람이 이렇게 간사해지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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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읽어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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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수필 - 김동리 외 9명
"안병욱편" (1920~2013)
철학자. 수필가. 평남 용강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 철학과 졸업. '사상계' 주간, 숭실대 교수 역임. 삶의 길잡이로 또는 사상의 안내자로 많은 젊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대 사상" "사색인의 향연" "철학 노트" "알파와 오메가" 등 많은 저서가 있다.
끝없는 만남
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는가? 만나기 위해서다. 누구를?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을. 독서는 인생의 깊은 만남이다. 우리는 매일 가족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스승을 만나고 동료를 만나고 또 이웃을 만난다. 만남이 없이는 인생이 있을 수 없다. 인생을 끊임없는 조우요, 부단한 해후다. 우리는 같은 시대의 사람을 만나는 동시에 옛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옛 사람을 어떻게 만나는가? 책을 통하는 길밖에 없다. 독서는 옛 사람들과의 깊은 정신적 만남이다. 만남에는 얕은 만남이 있고 깊은 만남이 있다. 불행한 만남이 있고 행복한 만남이 있다. 소비적인 만남이 있고 생산적인 만남, 창조적인 만남이 있다. '옛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들의 정신과 만나는 것이요, 그들의 사상과 만나는 것이다. 그들의 정신과의 만남, 사상과의 만남을 통해서 나의 자아가 심화되고, 나의 인격이 성장하고, 나의 혼이 각성하고, 새로운 정신의 눈이 뜨인다. 새로운 자아 발견과 자기 심화의 법열을 느낀다. 그러므로 진정한 독서는 내가 참된 나를 알고 참된 나를 만나는 희귀한 창조적 행동이다. 어느 옛 어른을 이렇게 노래했다.
'문 닫으면 이 곧 산 속,
책 읽으면 어디나 정토.'
독서 삼매경을 노래한 명시다. 이것은 진정한 독서인만이 가지는 인생의 지극한 환희요, 다시 없는 법열이다. 양서를 펴 보아라. '인생의 깊은 정신적 만남의 행복을 느낄 것이다. 종교의 진리를 말하는 구도자의 음성도 들을 수 있다.' '학문의 깊은 이치를 정성스럽게 전해 주는 스승도 만난다.' '예술의 황홀한 미를 직감시키는 창조의 거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자연의 오묘한 질서를 노래하는 시인의 음성에도 접할 수 있다.' '파란만장 속에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소설가의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 인생의 지혜를 담담하게 가르쳐 주는 스승들의 정다운 목소리를 대할 수도 있다.' 책 속에는 진리의 음성이 있고, 슬기의 샘터가 있고, 이론의 공장이 있고, 사색의 산실이 있고, 말씀의 향연이 있고, 뮤즈의 노래가 있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책 속에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하고, 성실한 진리인을 만나야 하고, 위대한 혁명가를 만나야 하고, 진지한 학자를 만나야 한다. 책 속에는 정신의 동지가 있고 앙모하는 위인이 있다. 이러한 인물들과의 깊은 만남이 나에게 각성과 감명과 영감과 자극과 충격을 준다. 이것이 '나의 존재를 깊은 삶으로 심화시키고 높은 차원으로 비약시킨다.'
만남은 또한 대화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옛 어른들과 무언의 깊은 대화를 나눈다. 그는 나에게 말하고 또 묻는다. 나는 생각하고 또 대답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인생의 깊은 물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다. 인간을 묻고 대답하는 존재다. 물음 없이 대답이 없고 대답 없이 물음이 없다. 나와 너와의 깊은 정신적 만남과 대화가 없이는 나는 성장할 수 없고 발전할 수 없다. 책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나와 만나서 깊은 대화를 나누자고 손짓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정신의 향연에 참여해야 한다. 혼과 혼과의 만남, 마음과 마음과의 대화, 이 만남과 대화에서 새로운 정신적 창조가 이루어진다. 책을 읽어라. 위대한 음성들이 조용히, 그러나 간절히 우리를 부르고 있다. 우리는 그 위대한 음성과 만나서 묻고 대답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우리는 정신의 이 풍성한 향연에 흔연히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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