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3 - 최명희
4 돌아오라, 혼백이여(2/4)
방안에 낭자한 곡성이 마당으로 흘러 넘치면 기둥을 적시고, 캄캄한 밤하늘을 이고 있는 지붕을 잠기게 하면서 굽이굽이 온 마을을 휘감는다. 닥쳐오는 두려움을 피하려고 어둠 속에 엎드리어 몸을 숨기고 있던 불빛들이, 먹물 같은 밤의 기슭에서 하나씩 떠올랐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던 사람들은, 한밤중의 허리를 가르는 곡성에 소스라쳐 일어나 부싯돌을 찾는다. 마을의 이 집 저 집이 수런거리는 기색에 컹, 커겅, 개들이 짖는다. 그 소리에 꼬리를 물고 중뜸에서도 불빛이 돋아난다. 창호지 문짝이 불그스럼 물든다. 그 네모로 젖은 불빛은 눈물을 머금은 밤의 눈 같다.
봉화의 신호이기나 한 것처럼 그 불빛을 받은 아랫몰의 지붕아래 문짝에도 등잔 불빛이 눈을 뜬다. 그 불빛이 검은 바닷속 같은 어둠 속에서 붉은 연이 되어 떠오르고, 공중으로침통하게 떠오른 그 연은, 아랫몰에서도 한참이나 논과 밭의 두렁을 지나 이만큼 와서 흐르는 개울을 건너 부복하고 있는 민촌 거뭉굴에까지 날아간다.
가셨고나.
거멍굴 사람들도, 어둠을 밀어내며 일어나 앉는다. 쑥대강이 같은 머리를 더듬어 다듬고는 황망히 지겟문을 열고 나와 벌써 봉당으로 내려서는 사람도 있다. 매안과 거멍굴이 서로 반상을 가리지 않고 불빛들로 비보를 나눌 대, 원뜸의 안마당 한가운데 화롯불이 피워졌다. 그 이글거리는 화로의 불덩어리가 어둠의 복판에서 어둠을 삼키며 타오른다. 초상이 있으면, 우선 바로 시신을 모신 방의 아궁이에 불을 끄고, 그 대신 이렇게 화롯불을 마당에 피우는 것이다. 처마끝과 마루 기둥과 중문, 대문, 그리고 안채와 사랑채의 방문 앞이며, 정지, 헛간, 고방의 기둥마다 등불이 걸렸다. 집안의 구석구석뿐만이 아니라 고샅에까지 내다 걸은 등불은 구슬프게 휘황하여, 무너져 덮쳐 오던 어둠을 저만큼 물러서게 하였다. 마당 한쪽에서는 장작을 수복하게 고여 화톳불을 지핀다. 큰방과 건넌방과 큰사랑, 작은사랑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손길이 너나없이 분주하고, 정지에서는 아궁이마다 불을 지피고 있었다. 음식을 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문중의 부인들은 큰방과 건넌방, 그리고 정지에서 소리내지 않고, 공손하면서도 빠른 손으로 일을 진행하였다.
호제와 비복, 그리고 거멍굴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물건을 나르고, 심부름을 하고, 불을 때고 하면서 부지런히 오갔다. 동녘골댁이 새로 지어 막 퍼 올린 흰 밥 세 그릇을 동그란 소반 위에 올려 놓고, 그 옆에 짚신 세 켤레를 나란히 놓았다. 저승에서 망자를 데려가려고 찾아온 사자들을 대접하는 사자밥이다. 그 밥 옆에 동전 세 개를 놓는다. 대문간에 걸린 장명등이 어두운 고샅길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살아 생전 언제나 들고 나던 이 대문간을 이제는 신발 신고 나가지 못하고, 다시는 그 모습을 뵈올 길이 없으려니, 싶은 동녘골댁은 휘젓한 심정을 가누기 어려웠다. 집안이 불빛으로 휘황한 것에 비해서 대문간은 고적하다. 사자밥에서 피어 오르는 김이, 걸어 놓은 등불 아래 한없이 적막한 기운으로 흩어진다. 거칠거칠한 짚신 켤레들은 갈 길이 먼 나그네의 발을 기다리며 그림자를 머금고 있다. 아직 나이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읜 동녘골댁은, 그것이, 아버지가 신고 가시는 짚신인줄 알았었다.
저승이 얼마나 먼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흰 옷을 입은 아버지가 홀로 사자들의 뒤를 따라서, 짚신을 어깨에 메고 걸어가는 모습이 가슴을 밟아 흐느꼈었다. 아무 말도 없이, 낯설고 머나먼 길을 터벅터벅 걸어 가다가, 짚신이 다 닳으면 다시 바꿔 신고, 또 그렇게 가고 가다가 어느 산 말랭이 고개 위에서 잠깐, 낡은 신발을 갈아 신는 그 모습이 어찌 그리 선하게 눈에 밟히었던지. 얼마나 남었는고. 아버지는 한 손을 이마 위에 대고 앞으로 가야 하는 더 먼 길, 저승의 어느 길목을 어림하며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 같았다. 자, 또 가자. 그러면서 아버지는, 빛도 없고, 소리도 없는 적막한 길을 아득히 혼자서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곳이 얼마나 멀고 멀어서 저 짚신이 다 닳도록 가고 또 가야 하는가. 동녘골댁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발이 담길 짚신이어서 다시 한번 눈물 어린 눈으로 그것을 어루만지듯바라보았었다.
“그거이 아버지 신발이간디, 아니다. 저승의 사자들이 신고 가는 것이란다.”
나중에, 동녘골댁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쉽사리 그 말을 믿지 못하여, 여전히 그네의 마음속에서는 거칠거칠한 그 짚신을 어깨에 메고, 저승 길을 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생시인 듯 문득 떠오르곤 하였다. 동녘골댁은 청암부인의 사자밥을 오래도록 내려다보면서 얼른 돌아서지 못하였다. 그 사이 문중의 숙항과 동항 몇이서 대문간의 동녘골댁에게 눈빛으로 인사를 하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무겁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들어가는 그들의 뒷등에 그림자가 발을 내려 컴컴하게 보였다. 방안에서는 벌써 수시를 하고 있었다. 정갈한 햇솜으로 청암부인의 입과 코와 귀를 막고는 백지로 부인의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그네의 좌우 어깨를 베로 단단히 동이며 묶은뒤, 두 팔과 두 손길을 곧게 펴서, 그 두 손길을 부인의 배 위에 올려 놓는다. 부인은 여자이니, 오른손을 위로 가게 하였다. 무감하고 담담한 손이었다. 이승에서의 한평생을 경영하던 두 손은 이제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다만 하나의 형체로 남아, 그 무엇에도 아무런 집착이나 아무런 저항도 보이지 않으면서 조용히 묶이고 있는 것이다.
그네의 두 다리를 반듯하게 붙여 곧게 펴고는 마지막으로 두 발길을 똑바로 모은다. 걸어오고 걸어온 길을, 또 걸어가고 걸어가야 하는 발이 고단하고 무심하게 모아진다. 그 발목을 베로 동여 묶는다. 시신이 어그러지면 그런 난감한 일이 다시 없는 까닭에, 있는 정성을 다하여 몸을 고르게 주물러서 펴고 단단히 동이어 묶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인월댁은, 자신의 손발이 묶이는 것처럼 가슴이 끅, 끅, 조여들었다. 아아, 무엇 하러 저렇게 묶고, 묶는고, 사대를 자유로이 풀어헤쳐서 그냥 훨훨 떠다니게 두지 못하고, 이승에 남은 사람들은 저승으로 가는 사람의 그 무엇을 저렇게 묶고 있는고. 부인의 살아 생전에야 누가 감히 그네의 몸에 임의로 소을 대며, 더욱이나 손과 발을 동이어 묶을 수 있었으랴. 이제 숨이 떨어져, 빈 집처럼 남아서, 빈 바람이 드나드는 시신이 되고 보니, 사람들은 애통하여 울부짖으면서도 그네의 몸을 땅에 묻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버리러 가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월댁은 청암부인의 머리맡에 흰 적삼을 두 손으로 받쳐들었다. 속적삼이다. 청암부인이 임종하기 조금 전에, 새 옷으로 갈아입힐 때 벗긴 옷이다. 아직도 부인의 밍밍한 체온이 남아 있는 적삼은, 땀이라도 젖어들었던 것일까. 흘리지 못한 눈물이 그렇게 적삼에 배어났던 것일까, 축축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것은 인월댁의 손에서 배어나는 눈물일는지도 몰랐다. 인월댁의 부인의 흰 적삼을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간다. 지붕의 동쪽 추녀에 대어 있는사다리의 한 단 한 단을 밟고 오르는 인월댁의 눈에 검은 구름이 내려와 덮인다. 그것은 구름 같은 지붕이었다. 그 지붕의 이쪽 끝에서 한 얼굴이 슬픈 듯도 하고 먼 곳을 바라보는 듯도 한 눈빛으로 인월댁을 본다. 망와였다. 그러나 그 기와에 새겨진 얼굴은 청암 부인인 것도 같았다. 벌써 그 혼백이 지붕 위로 올라와, 집안을 지켜 주는 귀면 기와, 망와에 잠시 그 얼굴을 맡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인월댁은 홀로 그 망와를 우러르며 사다리 위에 선 채로 숨을 모두었다. 마치, 부인이 아직 살아 있을 적에, 서로 고요히 눈이 마주치던 그 마지막 순간에 나눈 기운을 다시 나누듯이. 그리고는 지붕 위로 올라선 인월댁은 북쪽 하늘을 향하여 섰다. 승옥중운, 지붕 위는 구름 속이었다. 그곳은 높았다. 지붕 아래 땅 위의 일이란 한낱 꿈속의 것들인가 싶었다. 청암부인의 혼백이 지금이 지붕 위에 어리어 있다는 것이 인월댁의 심장을 저리게 하였다. 이윽고 그네는 청암부인의 적삼을 활짝 펼쳐 들었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적삼의 깃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옷 허리를 잡아 허공으로 크게 반원을 그리며 천천히 휘둘렀다. 캄캄한 겨울 밤하늘에 흰 적삼이 선연하게 나부낀다. 인월댁은 크고 긴 목소리로 청암부인의 혼백을 부른다. 저 깊은 속의 골짜기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소리이다.
“청아암 부이인 보오옥.”
인월댁이 목메이게 고복하여 혼을 부르는 소리는 바람이 실어가 먼 곳으로 아득하게 흩어졌다. 돌아오라, 혼백이여. 인월댁은 두 번, 세 번, 청암부인의 혼백을 불렀다. 복 부르는 사람은 망인의 혼백과 인신이 통할 만큼 서로 지극한 사람이라야만 한다. 그래야 그 정을 따라서, 떠나가던 허공으로부터 걸음을 다시 돌이켜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서로 무관하거나 마음막힌 사람이 아무리 저고리를 내둘러 형식적으로 부른다 한들, 한번 몸을 떠난 혼백이 옷자락 한 잎을 따라 돌아올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조금 전까지도 자신이 내내 입고 있다가 금방 벗어 놓고 온, 자시의 땀도 묻어 있고 체취와 숨결도 배어 있는 저고리를, 간절하게 휘두르며 돌아오라, 혼백이여.부르고, 또 부르고, 다시 부른다면, 몸을 벗고 떠나던 혼백이 어찌 다시 체백으로 깃들어 합하지 않으리오.
“아, 내 냄새.”
혼백을 휘어감아 사로잡는 이승의 그리운 몸 애틋하여, 공기 중에 퍼지는 냄새의 길을 따라, 가시던 분 넋이여, 도로 이리 들어오시라고. 마지막 입었던 속적삼을 그렇게 널리 흔들어 부르는 것이다. 죽어서도 못 잊을 정다운 목소리, 내 맘 같은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내상을 당하였을 때만큼은 아무리 유교의 규범이 엄격하다 할지라도, 여인이 지붕에 오르는 것을 나무라지 않는다. 본디의 뜻이 이와 같은 까닭이다. 더욱이나 남녀가 유별한 터에, 안부인의 살에 닿은 속적삼을 사후에라고 어이 연고 없는 남자의 손에 맡길 수 있으랴. 습렴을 할 때도 부녀자의 상사에는 오직 여인들끼리만 시방에 들어 수습하는데. 하물며 일생을 홀로 산 청암부인의 경우에야. 더 말할 것도 없이 모든 것이 각별하였다. 일찍이 부인의 친정 동네 이름이 청암 이어서, 이곳 매안의 이씨 문중 종가의 종부로 시집온 그날부터, 그네는 택호를 ‘청암’이라 하였다. 그러나, 시집을 왔다고 하지만 그것은 눈이 시리게 흰 소복을 입은 청상의 몸으로였던 것이다. 그때 그네가 들어선 종가의 형상은 참담한 것이었다. 대문은 비그러지고, 댓돌은 잡초에 묻힌 채 흙먼지 자욱한데, 기와는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 마치 험하게 두드려 잡은 고기 비늘 같았었다. 거기다가 거북의 등짝처럼 이리저리갈라져 금이 간 벽이라니. 그 삭막 황량한 집안에 의지할 곳 없이 혼자 앉은 청암부인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말했다.
“내 홀로 내 뼈를 일으키리라.”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부인의 연치 일흔을 가까스로 넘기 뒤, 일흔 세살에, 한세상을 가볍게 놓아 버리고 숨을 거둔 것이다.
“나는 이제, 너무 더운 날 삼복이나, 너무 추워 얼어붙는 동지섣달에는 안 죽을란다. 일허는 사람들이 고생헌다.”
생전에 늘 그렇게 말하던 청암부인은, 그러나, 봄 가을을 다 두고 천지가 얼어붙는 동짓달에, 그것도 일년 중에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짓날을 바로 앞둔, 기록 캄캄한 밤의 복판에서 운명하였다.
“나 죽은 다음에는 동네 사람들을 후히 먹이라.”고도 말했었다.
“제사 때를 당허면, 아무 음식도 아끼지 말고, 술도 빚고, 떡도 허고, 돼지도 잡아서, 온 동네 사람이 재미나고 풍족하게 먹도록 해 주어라. 나는 생전에도 사람을 좋아했으니.”했다는 말은, 매안에는 물론이고 거멍굴의 우물가와 고샅에까지 번져 내려갔다. 문중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과연 종부는 다르시다.”고 하였고, 거멍굴 사람들은 입이 벌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죽였다.
“아이고, 살아 생전에 엥간히 모질게 했어야 말이제, 소복 입고 시집와서 저 큰 재산을 다 모우드락 오직이나 넘 못헐 일 많이 시켰겄능가잉. 그렁게 죽어서라도 인심을 조께 써야겄지. 그리야 누구한테 척을 안지고 존 디로 갈팅게.”
“그래도, 넘으 말잉게 쉽지. 우리 같음사 어디 그 마님매이로 살라고 하먼 살겄등갑네? 그 양반이 산 세상 거 아무나 못 사능 거이네잉. 열아홉 살 나이에 허물어진 대문으로 시집오계서 저 살림을 혼잣손으로 다 일우셌는디.”
“아, 왜 못 살아? 나도 양반으로 났이먼, 바가치 하나 달랑 들고 나서도 고루거각을 지을 재주 있을 거인디.”
“양반도 나름이여.”
“양반 양반 허지 마시겨, 대대손손 영화 누린 양반이먼 멋 헌다냐. 인자는 너나없이 창씨 다 해 부리고, 왜놈들 시상이 된 지가 벌쎄 몇 십 년인디, 무신 다 떨어진 양반이여? 천지가 다 개밍을 허는 판에. 그나저나 그 양반 초상나먼 우리 배도 좀 부르겄그만잉.”
“죄 받는다, 그리 말어라잉? 암만 왜놈들이 득세헌 시상이라 허드라도 조선 사람은 어디끄장이나 조선 사램이여. 그러고 조선 사램이 왜놈이름 부른다고 일본 사램이 되능 거잉가아? 껍데기만 그렇제. 이름이야 그께잇 거 머이라고 불르든지 조선 사램이 어디 가든 안헝게. 우리는 우리 법 떠라야제. 양반이 그께잇 창씨 조께 했다고. 긴 거이 아닌 거이 되능가? 살어온 근본이 다 있는디.”
돌아앉아서는 재재거리던 거멍굴 사람들이 막상 일이 닥치자, 빈천한 살림살이 가운데서도 콩 한 됫박, 길쌈했던 무명, 시렁 위에 올려 놓았던 늙은 호박이며, 자신도 아끼느라고 못 먹은 금쪽 같은 계란 한줄들을 들고 황황히 원뜸으로 올라갔다.
“그 오살놈의 왜놈들 공출만아니였드라도, 암만 없네, 없네, 이렇게 무색허든 않겄는디.”
별 대단한 것도 아닌 물건들을 들고 초상 마당으로 들어갈 일이 민망 한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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