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잘 살았는가?
째깍거리며 제 갈 길을 가는 초침소리가 들린다. 흐르는 시간은 아까워하면서 흐르는 물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냇물이 졸졸 흐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살아 온 삶을 돌이켜 보면 순식간에 지나온듯하지만 당연한 것이고 선대 살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적 경쟁, 타인과의 경쟁이 시간을 아깝게 느끼도록 뇌를 세뇌해왔다. 성공지침서라는 책들도 시간을 잘 쓰는 법 등 1초를 아깝게 생각하도록 우리의 뇌를 압박한다. 그런 책은 조바심만 생길 뿐 마음의 여유를 주지 못한다. 한 시간 일해서 지갑에 돈을 채울 수도 있고, 한 시간 명상으로 하루를 평화롭게 살 수 있다. 두 가지를 같이 한다면 더 할 나위없다. 사순절을 기념하는 교황의 짧은 한 마디가 기억난다.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
그건 그렇고...
요즘 돈에 노예가 되어 부모를 칼로 죽이고, 보험금을 노리고 배우자를 죽이며, 약한 여인들을 폭행하고 살인하는 사람들이 매일 마다 뉴스에 단골 소식으로 나온다. 이 시대의 대부분의 죄는 돈과 관련이 있다. 삶의 기준이 돈인가?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를 극장에서 조조할인으로 봤었다. 그 큰 극장에 관람객은 나뿐이었다. 영화 속 의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요즘 누가 병 때문에 죽나? 돈 때문에 죽지.’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은가? 돈이 없으면 먹지도 입지도 비를 피할 곳도 얻을 수 없다. 응급할 때 병원비도 못내 죽으며 어머니 장례비도 없어 서러워 우는 사람도 봤다. 일복은 타고 났어도 돈복이 없는 사람도 있고 별다른 노동 없이 살아도 화려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돈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가난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이다. 마음이 모든 일을 하며 몸도 지배한다. 모든 사람은 행복이 목표다. 어느 누가 불행을 즐기겠나.
그건 그렇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철학하는 삶, 마음을 다스려 죄짓지 않는 삶, 아파하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삶, 이런 삶을 살도록 낳아주신 어머니를 위한 삶, 내 반쪽을 위해 기쁨이든 고통이든 반으로 나누는 삶, 나의 행위가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삶, 돈에 환장하지 않는 삶,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매일 성찰하는 삶…….
어떤 사람을 보면 늘 웃고 있고 어떤 사람을 보면 늘 심각한 표정이다. 모두 마음이 빚어내는 표정이다. 마음이 행복하면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웃는 것이다. 적당히 입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자고 적당히 일하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지는 삶이 좋지 않겠나. 하지만 죽도록 일하고 죽도록 벌고 죽도록 모아서 스스로 만족한다면 그것도 행복한 삶이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고 누가 당신 대신 살아주지도 못한다. 삶은 모두가 다르다. 추구하는 행복도 다르며 행복으로 가는 길도 다르다. 그저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오. 라고 말할 뿐이다. 단,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늘 갖고 살아야 한다. 삶의 철학을 잊으면 스스로를 버리는 길이다.
그건 그렇고...
평화로운 죽음은 평화롭게 살아야 온다. 지지고 볶으며 살아도, 멋대로 살아도, 성자처럼 살아도 죽음은 온다. 과연 그날 ‘세상에 나와 원 없이 잘 살다가 갑니다.’하며 갈 수 있겠는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 의식 있는 하루를 시작하고, 복을 짓고 나누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어 평화롭게 잠들기 전 ‘나는 오늘 잘 살았는가?’하고 내게 물어본다. 부족했거나 스스로 잘못한 말이나 행위가 있었다면 진심으로 뉘우치면 된다. 이는 내일을 위한 준비가 되며 내일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평화롭게 갈 수 있는 삶이 된다.
그건 그렇고 : 2010.03.21 13:45 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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