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장난치듯 비가 온다. 마치 “제가 내리는 것 같나요? 아닌가요?”라고 묻듯이 비가 온다. 안개였다가, 가랑비였다가, 장대비였다가, 이슬비였다가, 보슬비였다가, 소나기였다가, 는개였다가, 작달비였다가, 여우비였다가, 지금은 궂은비다.
그건 그렇고...
할 일은 많고 주어진 시간은 짧지만 할 일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주어진 시간은 잡스럽게 보내지 않는다면 남아돌지 않겠는가? 지정된 날짜 안에 모두 해치울 수 있다고 본다. 끝까지 노력해보고 이루지 못했으면 내 능력 밖인 것이다. 내가 창조주인가? 오버하지 말고 살자. 뭘 그리들 쫓겨 사는가.
그건 그렇고...
오늘은 ‘이화경(2007), 이상 문학에 나타난 주체와 욕망에 관한 연구, 한국학술정보(주)’를 읽었다. 학술연구서, 즉 논문의 형식이라 뇌가 경기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李箱에 대해 많은 시각들이 접근하는 것은 좋지만 책이 얇더라도 다른 책들과 중복되는 문장이나 참고문헌을 줄이는 것이 저자의 능력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참 잘 읽었다.
그건 그렇고...
사람들이 내가 쓰는 '그건 그렇고'에 대해 댓글이나 전자우편을 보낸다. 이미 내 누리집에 당당히(?)써 있듯이 만취 상태에서 쓰는 글이 '그건 그렇고'다. 수필이며 수필이 아니다.
그건 그렇고...
영화 한편을 볼까 하다가 문득 만화가 보고 싶어졌다. 외장하드를 연결해, 보관 중인 만화가 무엇이 있나~ 살펴보다가 ‘스카이 크롤러 (スカイ クロラ: The Sky Crawlers, 2008), 감독 : 오시이 마모루’를 호기심에 클릭해서 봤다. 난해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감이 잡히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 간 후에 다시 영상이 나온다. 그 부분에서 확신을 하고 ‘참 잘 만들었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극장문화는 ‘The End’가 자막으로 올라오면 관객들은 다 일어나 나가버린다. 그 뒤로 또 상영하리라는 생각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극장도 조명을 모두 켜기 때문에 조급증에 나가려 애들을 쓴다. ‘The End’가 올라가면 ‘당장 일어나!’라는 명령으로 알아듣는다. 영화음악의 백미는 ‘The End’ 전후에 나온다. 하마터면 마지막 장면을 놓칠 뻔했다.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했고 뭔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모 월간지에 입선이 되어 문화 상품권이 왔다. 또 어디서 원고가 채택되어 상품권이 왔다. 그 상품권으로 맹자(차주환(2002), 孟子 (上, 下), 명문당)를 샀다. 한자의 글씨체가 커서 잘 보이고 직역, 색인, 역자 주까지 달아 보기 좋다. 사다 놓은 김훈의 소설 ‘공무도하’는 당분간 미룬다. 2010년에 맹자가 우리나라에서 공직에 있었다면 좌천 내지 구속 후 무기징역 감이 되지 않겠나 싶다. 시경만 봐도 논어만 봐도(물론 걸쳐 내려오면서 첨삭이 있었다.)그 수천 년 전에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 실감하게 된다. 맹자는 더 살벌하다. 내가 왕이라도 당장 목을 쳤을 것이다. 어설프게 스치며보거나 말로만 듣다가 원전과 함께 보니 좋다.
그건 그렇고...
사고 싶은 책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도서관에 가면 되질 않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창작할 때 옆에 두고 늘 봐야하는 책은 사야만 한다. 그러나 요즘 책값이 내가 감당할 금액이 아니다. 고고함을 접어 그런가? 그 책값으로 차라리 쌀을 사겠다.
그건 그렇고...
요즘 각종 문학상에 당선되는 시들을 보면 전부 길다.
수필 같다.
깨우쳤다.
시는 길게 써야하는 거구나! 또는 내가 시를 잘못 이해하고 있나? 훗!
그건 그렇고...
聖三日이 내일부터 시작이다. 4월 4일은 10개월을 준비한 세례식이 있고, 그 뒤로 3개월 뒤엔 견진성사가 있다. 수녀님은 월, 수, 금 독거노인 및 노숙자를 위한 무료 점심급식이 있으니 이용하라고 내게 권한다. 자존심 때문에 가질 않았지만 무료급식을 받고 싶다. 배고픈 놈 건드려봐라. 배고픈 놈이 미친놈 된다.
그건 그렇고...
염병할 놈이 걱정이 없다. 발등에 불도 못 끄는 놈이 태평하며 낙관적이다.(~적을 쓰면 안 되지만) 뭐 이런 말을 고맙게(?)건네는 분들이 있다. 따지고 들어가 보면 안다. 걱정하면 해결 되나?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느냐?”하고 만다. 걱정을 왜 하나.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해결할 방도가 없으면 그냥 사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걸! 하하하!
그건 그렇고...
비가 그쳤다. 그쳤다는 것은 ‘그만 내리쳤다’라는 말이다. 자연(自然)이 내리치는 것은 방어가 불가능하다. 물론 우산이야 있겠지만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그만 좀 해라, 그 정도 했으면 됐다, 그거면 되겠니? 이글을 쓰는 주제인 ‘그건 그렇고’도 궁금하다. ‘그’의 어원은 뭘까? 금(禁)의 표기로 변화 한 단어로 미루어 보지만 번역본도 살펴 볼 일이다. 궁금한 것이 많으면 삶이 고달프다.
그건 그렇고...
시 두 편을 빼고 겨우내 쓴 모든 원고를 찢어 버렸다. 건질 것이 없는 추악하고 격 떨어지는 문장들과 단어들. 소설은 왜 그리도 유치한지. 겨우내 쉬지 않고 썼음에 만족한다. 배우고 읽었으면 쓰자. 조건 달지 말고 쓰자. 찢어 버리더라도 쓰자. 메모하자. 적자. 나는 이제 과거와 달리 이젠 닥치는 대로 써야한다. 벌자. 알바하자. 돈 벌자. 먹고 살자. 누가 이기지는 못하지만 겨뤄보자. 글이여! 너를 내가 사방팔방 죽이며 살리되 나만 산다. 요즘 느낌이 많이 온다. 많이 써지고 풍부해진다. 모조리 작살이 나더라도 닥치는 대로 쓴다. 즉, 즐겁다는 말이다.
비가 그쳤다.
2010.03.31.21:38 윤안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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