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0,097 추천 수 6 댓글 0
아, 내 마음의 빗살무늬는 어디에다 옮겨놓나 - 최 길 하
수몰이된, 수양개 강 마을에 와서,
강물결에 쓸려나온
빗살무늬 토기 한 조각을 주었네,
노을빛 황토에
빗살무늬가 아로 새겨진 작은 파편.
아득히 먼,
별처럼 먼,
그 까마득한 옛날에도
사람의 마음 속엔
빗살무늬 물결이 일었었구나!.
그래, 그러고보니,
눈이 폭 덮힌 날
아버지가 쉬엄~쉬엄~ 엮어짜던
지게등받이도,
뉘엿 뉘엿 해질녘
어머니가 쌀 일던
이남박 끝자리 물결 같은 주름살도,
두 분이 꾸벅~ 꾸벅~ 졸면서
참 잘도
척, 척, 지르고 다지던
가마니의 씨줄 날줄도
빗살무늬였구나,
빗살무늬였구나!
허 참,
그때 잘 새겨 두었더라면
아버지가 지게등받이 짜듯
내 삶의 무늬도
곱게 잘 짤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가 이남박 끝으로
물살을 살랑살랑 흔들어
돌이며 잡곡을 싸륵싸륵 밀어내놓듯
세상분별도 잘 했을 텐데.
재재한 세상소리 다 거둔
강 마을에 와서,
저, 큰 강처럼 세상을 건너가리라
다짐하러 와서,
강물결에 쓸려 나온
유전자 한 조각을 주어들고 바라보네.
아!,
내 마음의 빗살무늬는
어디에다 옮겨놓나.
이 이쁜 샛강 하나를
어디에 감춰둔담.
번호 | 제목 | 글쓴이 |
---|---|---|
공지 | 우리시 시조의 이해 | 바람의종 |
1044 | 시간 - 이정자 | 風磬 |
1043 | 멍에 - 김영덕 | 風磬 |
1042 | 봄비 - 김보영 | 風磬 |
1041 | 첫사랑 - 임금자 | 風磬 |
1040 | 청평사에 다녀오다 - 서공식 | 風磬 |
1039 | 강가에서 - 경규희 | 風磬 |
1038 | 선묘(善妙)의 사랑 - 김민정 | 風磬 |
1037 | 아름다운 황혼녘 - 이도현 | 風磬 |
1036 | 겨울 電柱 - 장지성 | 風磬 |
1035 | 봄이 오는 소리 - 자헌 이정자 | 風磬 |
1034 | 2007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 어떤 귀가 - 김명희 | 風磬 |
1033 | 2007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분 - 가면놀이 - 이민아 | 風磬 |
1032 | 2007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눈은 길의 상처를 안다 - 이민아 | 風磬 |
1031 | 2007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 구석집 - 김사계 | 風磬 |
1030 | 저문 날의 斷想 -김광수- | 바람의종 |
1029 | 生命의 길 -이명자- | 바람의종 |
1028 | 네 가슴에는 무엇을 품고 사나 -유권재- | 바람의종 |
1027 | 고향 -장지성- | 바람의종 |
1026 | 선운산 저녁 -김정숙- | 바람의종 |
1025 | 달과 함께 -이근구- | 바람의종 |
1024 | 나그네 - 김석철 | 바람의종 |
1023 | 흔적 - 임금자 | 바람의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