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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를 위해
-이창건 시, 오현균 그림
봄바람 구름은
빨리
봄비가 되고 싶다.
땅 속
촉촉이 젖어들고 싶다.
바위 틈
촉촉이 스며들고 싶다.
흙 속
여기저기 묻힌
바윗돌 이 틈 저 틈 끼인
지금 막 눈 뜰
이름 모르는
풀씨를 위해.
과연 나는 인간의 미래를 믿는가? 이 질문에 나는 그렇다, 하고 대답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나아가 단호하게, 지금보다 더 나은 우리 미래는 없다고 믿어 온 사람이다. 늙어 가는 조짐
일까, 그렇게 단호해질수록 앞날의 주인이요, 일꾼이 될 아이들이 커오는 모습이 반갑고 대
견스럽다. 내 얼굴빛은 점점, 빨리 비가 되어 내리고 싶어하는 구름 색이 되고 있다. 이제 막
싹을 틔우는 싹들에게, 나는 비를 어서 뿌리려는 조바심으로 소리 내어 동시를 읊는다. 이
각박한 일상의 아침이 동시의 기운으로 더욱 맑게 열리기를!
박덕규 <작가>
박덕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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