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장 불빛 아래-군산에서 - 강형철(1955∼ )
백중사리 둥근 달이
선창 횟집 전깃줄 사이로 떴다
부두를 넘쳐나던 뻘물은 저만치 물러갔다
바다 가운데로 흉흉한 소문처럼 물결이 달려간다
꼭 한번 손을 잡았던 여인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뜨거운 날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할 수 없는 곳을 통과하는 뻘물은 오늘도 서해로 흘러들고
건너편 장항의 불빛은 작은 품을 열어 안아주고 있다
포장마차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긴 로프에 매달려 고개를 처박고 있는 배의 안부를 물으니
껍딱은 뺑기칠만 허믄 그만이라고
배들이 겉은 그래도 우리 속보다 훨씬 낫다며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묻는다
생합, 살 밑에 고인 조갯물 거기다
한 잔 소주면 좋겠다고 나는 더듬거린다
물 젖은 도마 위에서 파는 숭숭 썰려 떨어지고
부두를 덮치던 파도는 어느새
백중사리 둥근 달을 데리고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선다.
금강 하구, 군산-장항을 오가는 배가 닿는 선착장. 두 남녀가 만난다. 하지만 로프에 묶인 선박들처럼, 그들 역시 각자의 삶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일 터. 그래서 조갯물에 소주 한 잔은 아리고 쓴 것이다. 누군들 없으랴, 손 한번 잡았던 사람. 그렇게 놓친 사랑이 팍팍한 삶 아래로 조갯물 같은 것을 한 홉쯤 고이게 할 때가 있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