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 강연호(1962~ )
그는 오늘도 아내를 가두고 집을 나선다
문단속 잘해, 아내는 건성 듣는다
갇힌 줄도 모르고 노상 즐겁다
라랄랄라 그릇을 씻고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오의 희망곡을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해가 짧아지네
아내는 제법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상추를 씻고 된장을 풀고 쌀을 안치는데
고장 난 가로등이나 공원 의자 근처
그는 집으로 들어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오늘도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집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의 시발점이자, 세상에서 들어오는 길의 종착지다. 아침에 나간 남편이 세상에 갇혀, 집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 남편이나 가장, 아버지, 사내라고 쓰지 않고 '그'라는 대명사를 사용한 데 주목하자. 어디 '그'뿐이랴. 집 안에서 제 방을 찾지 못하는 아내, 아들딸, 노부모가 있다. 저마다 자기에 갇혀, 자기 아닌 것에 갇혀 울고 있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