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 이덕규(1961~ )
꼬리지느러미가 푸르르 떨린다
그가 열심히 헤엄쳐 가는 쪽으로 지상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 꼬리 뒤로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사라져 가는
초고속 후폭풍의 뒤통수가 보인다
그 배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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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보였다면, 누가 풍향계를 궁리했으랴. 바람은 보이지 않아서 바람이다. 불어오는 곳을 알 수 없어서 바람이다. 풍향계는 바람을 보기 위해, 아니 바람을 보여주기 위해 오직 바람에 집중한다. 바람이 약하다고 무시하거나, 너무 강하다고 얼굴을 돌린다면, 풍향계가 아니다. 풍향계는 언제나 바람과 정면한다. 바람과 눈싸움을 한다. 그럴 때, 풍향계는 시인이다. 그런데, 풍향계의 머리만 바라보는 사람들아, 보아라. 꼬리가 있느니, 후폭풍이 있느니, 배후가 있느니, 보아라. 보려 하면 능히 볼 수 있느니.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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