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보였다면, 누가 풍향계를 궁리했으랴. 바람은 보이지 않아서 바람이다. 불어오는 곳을 알 수 없어서 바람이다. 풍향계는 바람을 보기 위해, 아니 바람을 보여주기 위해 오직 바람에 집중한다. 바람이 약하다고 무시하거나, 너무 강하다고 얼굴을 돌린다면, 풍향계가 아니다. 풍향계는 언제나 바람과 정면한다. 바람과 눈싸움을 한다. 그럴 때, 풍향계는 시인이다. 그런데, 풍향계의 머리만 바라보는 사람들아, 보아라. 꼬리가 있느니, 후폭풍이 있느니, 배후가 있느니, 보아라. 보려 하면 능히 볼 수 있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