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673 - 김영승(1959~ )
우리 식구를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
서럽다
어머니를 보면, 형을 보면
밍키를 보면
서럽다
밖에서 보면
버스간에서, 버스정류장에서
병원에서, 경찰서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동네 쓰레기통 옆에서
특히 아버지…. 나를 낳으셨을 때 아버지는 쉰이었다. 어린 쉰둥이에게 아버지는 줄곧 할아버지였다. 실어증에 걸린 듯 말이 없던 중3 때였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보았다. 늙은 아버지가 두루마기에 중절모 차림으로 버스에 오르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버스 안에서 나는, 서러워서, 아들이 아니었다. 내릴 때 아버지와 마주칠까봐, 나는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렸다. 그로부터 30여 년. 그 아들이 지금 열아홉 살 먹은 딸과 열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중년의 그 아들은 아버지인 것이 서러워 종종 정거장을 지나친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