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희(1968~ ) '외딴집'
무덤 옆에 딱 붙어 있어
무덤이 키운다는 그 집
무덤이 퉁퉁 불은 젖을
밤이면 에미 없이 자라는 아이 입에 몰래 몰래 물려주었다는
홀애비와 어린 아들
단둘만이 산다는 그 집
아이가 날마다 무덤 보고
엄마, 젖 주세요 한다는
무서운 옛날이야기 같은
그 외딴집
저 이야기가 무서운 까닭은 무덤이 일어나 아이에게 젖을 물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외딴집에서 홀아비가 홀로 젖먹이를 키우는데 도움의 손길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오죽했으면 무덤이 몰래 일어나 아이를 끌어안았으랴. 젖동냥조차 할 수 없는 저 홀아비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으랴. 저 으스스하면서도 서러운 전설은 나눔과 보살핌을 독려하는 공동체의 캠페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곁에 있는 '외딴집'들에서 찌개 끓이는 냄새가 나는지 자주 들여다볼 일이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