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 김광섭(1905~77)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제 별은 없다. 우주 저쪽에서 수백 광년을 달려온 별빛은 도시의 천장을 뚫지 못한다. 매일 밤, 도시의 강력한 불빛이 어둠을 추방하는 것이다. 도시는 24시간 대낮이다. 별은 없고 '스타'만 있다. 별빛마을 아파트만 있다. 사람들은 밤하늘을 잊었다. 잃어버렸다. 도시는 우주의 미아다. 매일 밤, 멋모르고 달려온 별빛들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대낮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어둠을 어둡게 해야 한다. 그래야 '별 하나 나 하나'가 다시 만날 수 있다.
<이문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