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回想) 1'- 천상병(1930~93)
아름다워라, 젊은 날 사랑의 대꾸는
어딜 가?
어딜 가긴 어딜 가요?
아름다워라, 젊은 날 사랑의 대꾸는
널 사랑해!
그래도 난 죽어도 싫어요!
눈 오는 날 사랑은 쌓인다.
비 오는 날 세월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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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의 대꾸는 얼마나 맵짜고 어여쁜가. 살짝살짝 돌려놓는 게 있다. 소녀 소년 같이 토라짐이 있다. 이런 대꾸가 가슴을 두 근 반 세 근 반 뛰게 한다. 당신의 사랑도 처음에는 이처럼 '눈금이 왔다 갔다 하는 저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귀 기울여 보라. 그렇게 쌓이고 쌓였던 사랑의 흰 눈들이 어느덧 봄볕에 다 녹아 당신의 사랑에선 이제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맑은 계류(溪流) 하나를 이루었구나.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