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강만 일출 - 김영남
파도가 내게 들어와
꽉 조인 나사를 하나씩 빼내기 시작하네요
빼서 멀리 던져버리고 구석마다 기름을 칠해주네요
생각도 잘 돌아가 난 금새 명랑해지고
고맙다고
앵강만을 한번 쓰다듬어 보네요
밤늦게까지 민박집에서 함께 놀다가
새벽녘 다랭이논에 나가
모내기 하는 앵강만을
데려와 씻겨 벗겨 눕혀보네요
그러면 곧 거친 숨을 몰아쉬고
뒤척뒤척하다가 일어나
날 음탕하게 깨워놓기도 하고
철부덕철부덕하는 소리들을 창밖에다 쌓기도 하고
혼자 감당할 수 없어 나는
아침 일찍 앵강만에게
내 친구 한 명을 더 소개시켜 주겠다고 약속해 보네요
그랬더니 그녀가 얼굴을 갑자기 붉혀오네요
그녀의 부끄러움으로
바다도, 다랭이마을 골목도 먼 훗날까지 행복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