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방석이 떠있다 - 마경덕
주남저수지는 온통 가시연이다
왜가리가 성큼 가시연을 딛고 건너간다
쇠물닭도 종종거리며 지나간다
누가 저 너른 연못에 방석을 깔아두었나
방석 하나 깔고 앉아 지친 다리를 쉬고 싶다
그러나 저것은 가시방석
보이지 않는 물밑도 온통 가시밭
가까이 오지 마라
배부른 너에게 줄 열매도 줄기도 없다
가까운 발소리에 불안한 가시연들
붉은 핏물이 술렁술렁 연잎을 흔든다
제 살 깊숙이 바늘을 꽂고 살아가는
가시연은 가장 힘없는 식물
숨겨둔 무기는 물 속에 있다
둥글고 넓은 이파리를 뒤집는 순간
아차, 손가락을 물렸다
뚝뚝 핏방울 떨어지는 억새 핀 둑길 아래
피꽃이 진다
찬바람에 수천 개의 불이 꺼졌다
가시를 두려워하지 않는, 저수지는
피 묻은 손으로 방석을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