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 - 정끝별(1964~ )
별들로 하여금 지구를 돌게 하는
지구로 하여금 태양을 돌게 하는
끌어당기고
부풀리고
무거워져
문득, 별을 떨어지게 하는
저 중력의 포만
팔다리를 몸에 묶어놓고
몸을 마음에 묶어놓고
나로 하여금 당신 곁을 돌게 하는
끌어당기고
부풀리고
무거워져
기어코, 나를 밀어내게 하는
저 사랑의 포만
허기가 궤도를 돌게 한다
패덤은 한때 길이를 재는 데 쓰였던 영어단어다. 그 단어의 본래 뜻은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둘러싼 연인의 팔길이'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뻗은 팔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돌게 하는 - 공전케 하는, 혹은 미치게 하는 최대의 중력. 팔이라도 저려 잠시 내릴라치면 어느덧 외로움이라는 허기로 응징하는 사랑의 궤도, 살아서는 이탈할 수 없지 않을까.
김경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