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눈 - 신대철 (1945~ )
눈보라에 밀려
동네 허공에 머물던 들새들
눈 덮이는 들판을 향해
구부러진 나무 꼭대기에 나란히 앉는다
그 나무 밑에 나도 나란히 앉는다
어깨에 쌓인 눈이 훈훈히 젖어든다
요즘 사람들은 눈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갈수록 사는 일이 힘들어 여유와 서정을 잃은 탓이다. 눈보라 몰아치면 새들이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눈 새'가 된다. 올 겨울, 첫눈이 함박눈으로 내리면 다들 눈사람이 되어 볼 일이다. 그래도 일생에 한 번쯤은 맑고 순결한 사람이 되어 볼 일이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