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롱 터뜨리기 - 민영 (1934~ )
당산학교 운동회 날
대조롱 터뜨리기 하는 걸 보았다.
장대 끝 매달린 대조롱 속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제기로 조롱을 치면
찢어진 거죽을 뚫고 비둘기가 날아오르게 마련.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
그래서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전날 밤, 그 속에 갇힌
비둘기의 불안은 헤아리지 못하고!)
네 기쁨은 내 아픔 위에 세워진다.
내가 따뜻할 때 나 때문에 추위에 떠는 이를, 내가 배부를 때 나 때문에 배고파 우는 이를, 내가 행복할 때 나 때문에 불행해진 이를 이제는 생각해야 한다. 평화를 위해 열린 행사장에서도 상자 속에 비둘기를 가둬 놓았다가 행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낸다. 비둘기의 고통은 생각하지도 않고.
정호승<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