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의 집 - 박규리 (1960~ )
눈보라 속 혹한에 떠는 반달이가 안쓰러워
스님 목도리 목에 둘러주고 방에 들어와도
문풍지 웅웅 떠는 바람소리에 또 가슴이 아파
거적때기 씌운 작은 집 살며시 들쳐보니
제가 기른 고양이 네 마리 다 들여놓고
저는 겨우 머리만 처박고 떨며 잔다
이 세상 외로운 목숨들은 넝마의 집마저 나누어 잠드는구나
오체투지 한껏 웅크린 꼬리 위로 하얀 눈이 이불처럼 소복하다
*반달이-절에서 키우는 잡종개의 이름
겨울이 오고 있다. 잠자리가 없는 사람들 잘못하면 또 얼어 죽겠다. 지하철 통로에 노숙자가 골판지 박스로 얇디얇은 벽을 세워 만든 장난감 같은 집이야말로 성자의 공간이자 성자의 집이다. 올 겨울엔 우리의 마음만이라도 그 집의 따뜻한 이불이 되자.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