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 신현정 (1948∼ )
앞이 있고 그 앞에 또 앞이라 하는 것 앞에 또 앞이 있다
어느 날 길을 가는 달팽이가 느닷없이 제 등에 진 집을
큰 소리나게 벼락치듯 벼락같이 내려놓고 갈 것이라는 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래 우리가 말하는 앞이라 하는 것에는 분명 무엇이 있긴 있을 것이다
달팽이가 전속력으로 길을 가는 것을 보면.
달팽이가 등에 지고 가는 집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래도 희망의 집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어떤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그 희망 때문에 우리는 살아간다. 그러나 달팽이가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속도, 그것이 희망의 속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