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최영철 (1956~ )
청소부가 한나절 쓸어놓고 간
지상의 길이
마음이 차지 않는지
가로수는
조금 전까지 산들거리며 하늘을 닦고 있던
제 손바닥을 거두어
우수수 아래로 날려 보냈다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에 채이고 밟히면서
그 손바닥들은
제멋대로 흩어진 지상의 길을
팽글팽글 구르며
닦고 또 닦아주었다
말끔히 닦인 그 길로
금방 진흙탕을 건너온 한 사나이의
비틀거리는 발자국이 찍히고 있다
가로수의 잎들이 환하게 피어 있는 것은 매연으로 뒤덮인 하늘을 닦기 위한 것이고, 그 잎들이 우수수 땅에 떨어지는 까닭은 먼지 쌓인 지상의 길을 닦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모조리 쓸어버린다. 예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으나 요즘 사람들은 거리에 가랑잎 한 장 떨어져 있는 꼴을 못 본다. 더러운 삶을 살면서도 깨끗한 척하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죄 많은 이 지상에 그래도 가랑잎이 우수수 지는 까닭을 이제야 알겠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