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땅
신달자(1943~ )
대지진이었다
지반이 쩌억 금이 가고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하느님은 사람 중에 가장
힘센 사람을
저 지하 층 층 아래에서
땅을 받쳐 들게 하였다
어머니였다
수억 천 년 어머니의 아들과 딸이
그 땅을 밟고 살고 있다
시인에게도 어머니는 삶의 근원이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없으면 시인은 시를 쓰지 못한다. 금이 간 지구의 저 깊은 곳에서 수 억년 동안이나 땅을 받쳐 들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우리 어머니다. 어머니가 없으면 우리는 지금 이 땅을 밟고 걸어갈 수가 없다. 이 가을의 지구 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행복은 바로 땅속에서 어머니가 땅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이 너무 바빠 일일이 인간들을 다 돌볼 수가 없어 대신 우리에게 어머니를 보내었다. 그것만으로도 신은 위대하다. 어머니를 통해 희생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임을 깨닫는다. 희생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