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1956~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수심 200~1000m의 깊은 바다 속에 사는 어류인 심해어는 수심이 얕은 곳에 나오면 몸이 터져 죽는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수심 200~1000m의 깊은 바다 속에 사는 어류인 심해어는 수심이 얕은 곳에 나오면 몸이 터져 죽는다.
그러니까 심해어는 수압이 높은 곳이 최적의 생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담쟁이에게 벽은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된다. 그 벽은 장애가 아니라 생의 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는 역경과 시련이
외려 삶의 동력과 활력이 되는 경우의 사람도 살고 있다. 담쟁이처럼 심해어처럼.
이재무<시인>
이재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