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1948~ ), '국밥'
어린 상주 시절, 어머니 돌아가시어 아직 안방 병풍 뒤에 말없이 누워 계시는데 어찌 그리 배가 고프던지 이두박근 상두꾼들처럼 추운 봉당에 내려앉아 "앗 추워! 앗 추워!" 해가며 털이 숭숭 돋은 비계를 시래기 국에 듬뿍 넣고 끓인 얼큰한 돼지고기 국밥말이를 게 눈 감추듯 한 투가리 뚝딱 해치우고 싶었다.
국밥은 역시 추운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국밥이란 무슨 격식 갖춰 먹는 음식이 아니다. 말 그대로 국에 밥 말아먹는 것으로 따로 반찬이 크게 필요 없어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간편한 음식인 것이다. 나의 경우 고인께는 매번 죄스럽고 면목없는 일이었으나 초상집 가서 얻어먹는 국밥이 유독 진하고 얼큰하고 간도 맞아 입에 달았다. 추운 겨울 주린 배 달래느라 애썼을 상주를 떠올려 본다. 저 어린 상주를 시 밖으로 불러내어 실컷 국밥을 먹이고 싶다.
이재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