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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1912~?), '외가집'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가집은
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복족제비들이 씨글씨글 모여서는 쨩쨩 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왓골에 무릿돌을 던지고 뒤울안 배낡에 째듯하니 줄등을 헤여달고 부뚜막의 큰 솥 적은 솥을 모주리 뽑아놓고 제통(뒷간)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놀려선 잿다리 아래고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체국체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넓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방학이 돌아오면 가난한 친척들을 방문하고는 하였다. 하나라도 입을 덜기 위한 어머니의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을 훗날에야 알았다. 버스에서 내려 지열로 달구어진 시오리 둑방 걸어 허기진 배 쓸어안고 사립에 들어서면 외가 식구들 모두 들일 나가 누렁개가 주인 대신 꼬리 흔들며 반기던 외갓집. 나이 어린 외삼촌들과 미역 감고 서리하고 달 앞세워 걷던 밤길. 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영원한 마음의 집.
이재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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