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1948~), '여름 寒山詩'
언제나 적적한
마당을 쓴다
드문드문 빗방울에
지워지다 흐리게 남아있는
산새들의 야윈 발자국
음울한
바위 틈에 찾아올 길 없는
집 한 채 지어놓고
때때로
이끼 낀 물소리 베개하고
바람소리 적적한
귀를 씻는다.
한산시(寒山詩)는 중국의 은둔 시인 한산자가 나무와 바위에 쓴 시를 편집했다는 시집.
허망한 삶을 깨치고 진정한 도를 구하라.
그러나 오늘도 세속의 길 위에 하늘은 높고,
허공에 지은 내 집엔 요염한 불빛.
발 아래 허공에는 내 발자국. 새가 되어 추락하는 내 발자국.
박상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