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1955~ ), '붉은 장미꽃다발'
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의 피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눈을 뜰래
네 살갗 및 장미꽃다발
그 속에서 바짝 마른 눈알을 치켜뜰래
네 안의 그 여자가 너를 생각하면서
아픈 아코디언을 주름지게 할래
아코디언 주름 속마다 빨간 물고기들이 딸꾹질하게 할래
너무 위태로워 오히려 찬란한
빨간 피톨의 시간이 터지게 할래
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이 숨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곳
그곳의 붉은 파도 자락을 놓지 않을래
네 밖의 네 안, 그곳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래
아침에 읽는다면 붉은 빛깔만을 보세요.
붉은 빛으로 온몸에 채우세요. 정오에 다시 읽고 진동을 느끼세요.
솟아오르는 날갯짓을 보세요. 한밤에 다시 읽을 때
해왕성, 명왕성 저 먼 별에서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세요.
당신의 온몸을 수직으로 세워놓는 내면의 소리.
박상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