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1959~),'내 안의 식물'
달이 자란다 내 안에서
달의 뒤편도 자란다
밀물이 자라고 썰물도 자란다
내 안에서 개펄은 두꺼워지고
해파리는 펄럭거리며
미역은 더욱 미끄러워진다
한켠에서 자라도 자란다
달이 커진다
내 죽음도 커지고
그대 이별의 이후도 커진다
죽음의 뒤편도 커지고
이별 이전도 커진다
뿌리만큼 거대한
내 안의 식물 줄기들
시는 감옥입니다. 세상의 경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시는 도망자입니다. 영원으로 달아나서 오히려 이승에 추억을 남깁니다.
시는 지옥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허상이지만 가끔씩 삶의 옆구리를 찌르는
뾰족한 가시입니다. 시는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침묵할 때 몸속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식물입니다.
박상순<시인>